사람, 배움, 상상 - 인생의 삼중주를 위하여
나와 너의 만남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들
나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세상 속 작은 무대가 있다면
우리는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시간의 나이테와 함께 자신의 기억을 풀어내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것을 들어주고 공유하는 일은 자신과 상대를 이해하는 경험입니다. ‘나의 인생사 전시’, 이것은 우리에게 낯선 시도입니다. 전시를 준비하며 이 전시가 어떤 결과를 만들지 예상하기 어려웠습니다. 마치 여행하고 항해하듯 함께 상상하며 만들었던 이 시간들이 더욱 많은 ‘나’들의 인생사 전시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시민교육의 관점에서 인생사 전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것은 물성의 힘으로 자신과 타인의 삶을 만나는 것 아닐까. 아주 강력하게. ‘집 안을 가득가득 채운 물건 중에 그 물건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소중한 물건의 스토리는 그 사람의 삶이다. 이렇게 삶의 발표자가 되고 주인공이 되어보는 경험, 이것은 시간과 역사 속에 자신을 바라보고 성찰해보는 경험이다.
-본문 45, 51쪽에서
30여 년간 저자는 시민들과 함께 공부하고, 거리에서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열며 나와 타인, 세상을 더 깊고 생생하게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중장년층이 될수록 목적지향적인 공부가 아닌 내면의 성장과 즐거움을 도모하고, 관계지향적인 활동으로 삶을 새롭게 펼쳐나가야 할 때, 내 곁에 든든한 언덕이 있으면 사람들은 그곳에서 소소한 마주침을 통해 창조적인 활동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 저자는 그동안 기획해온 프로그램과 교육활동 속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한 기록들을 찬찬히 풀어내 보인다. 시민교육, 평생교육, 문화예술 등의 분야에서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거나, 일상에서 직접 소모임을 꾸리고 있는 사람들이 읽고 영감받을 수 있는 이야기가 풍성하다.
열린 공간에서 사람들이 만나고 함께 하는 일이 왜 중요할까? 친밀하게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느슨한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배움이나 모임을 도모하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1부 ‘어른에게도 놀이터가 필요하다’에서는 서로 배우고 공부하며, 모르는 사람을 환대하는 공간과 장소가 사회 곳곳에 필요함을 저자의 일상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한다. 2부 ‘좋아서 즐거워서 시민예술’에서는 나와 타인의 이야기를 사회적으로 발화하고 표현하는 시민예술가들의 희로애락 넘치는 놀이판을 소개한다.
3부 ‘지성, 감성, 영성의 통합교육을 위하여’에서는 방송작가, 시민교육기획자로 활동해온 저자가 시민교육에서 지성, 감성, 영성의 영역이 왜 고루 필요한지 깨닫게 되기까지, 그 고민의 과정을 보여준다. 저자는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지성’,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감성’,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사회적으로 성찰하는 ‘영성’을 통해 개인적 자아와 사회적 자아가 통합되는 자유로운 시민을 만나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삶의 주인으로 사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4부 ‘느슨한 만남이 나의 세계를 확장할 때’에서는 독서모임에서 정치·민주주의 모임까지 일상의 생활정치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활동과 기획자로서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5부 ‘일상기획자, 직업기획자 사이에서’는 시민대학, 평생학습관, 도서관 등 다양한 배움의 공간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무자들에게 지치지 않고 기획자로서의 정체성을 꾸준히 다져나갈 수 있게 하는 팁을 소개한다.
누군가에는 ‘일’이 더 중요한 가치일 수 있고 분명 그렇다. 하지만 우리 삶에 일과 노동의 시간 말고도, 스스로의 삶과 사회를 돌아볼 수 있는 작은 틈새가 스며들 수 있다면 좀 더 살 만하지 않을까? 사람은 홀로 서지 못한다. 또 ‘나’라는 존재가 ‘사회적 관계망’ 속에 있을 때 안정감과 희망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고립 말고 연결의 시작으로, 사람들이 집 주변에 있는 배움과 만남의 장소, 다채로운 모임의 친구들을 떠올려볼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함께, 창조적으로 놀아볼까요?
가치와 방향을 공유하면서 자유롭게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자신의 공간이 있으면,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이걸 해볼까 저걸 해볼까 상상해본다. 막 던지듯 아이디어를 나누고, 꽂히는 게 있으면 궁리하며 작은 시도를 해볼 수 있다. 누군가 손을 들면 그 손을 맞잡아 힘을 모을 수도 있다. 같은 장소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원한다면 그것도 가능하다. 때로는 지지하고 치유해주고 때로는 행동할 수 있는 공간. 우리 삶을 연결해주는 친숙한 장소. 한마디로 ‘비빌 언덕’. 우리 주변에서 공간이 교육하고 장소가 운동하는 진지를 다양하게 만나보고 싶다.
이제 시민교육기획자는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이런 것이 가능한 시민의 공간을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 나는 바란다. 사람들이 지치고 재충전이 필요할 때 가까운 배움의 공간을 찾아가기를. 이런 공간을 함께 가꾸어가기를.
-본문 182~183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