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인도네시아 현대문학의 흐름을 작가론 위주로 기술한 것으로 인도네시아 문학의 대표 작가와 그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첫째 장에서는 인도네시아문학에 대한 개괄적 이해, 둘째 장에서는 인도네시아 현대문학에 영향을 끼친 혼혈인문학의 이해, 세 번째 장에서는 인도네시아 현대문학의 선구자인 하이릴 안와르의 시 세계, 네 번째 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의 대표작가 쁘라무디아의 삶과 문학세계, 다섯 번째 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시인이며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렌드라의 시 세계, 여섯 번째 장에서는 언론인 출신의 작가 목타르 루비스의 작품세계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쁘리야이인 우마르 까얌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 한권으로 인도네시아의 현대 문학의 흐름을 개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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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에 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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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유학시절 한국에서 연수단을 인솔하고 인도네시아에 온 한국의 한 교수가 ‘인도네시아에도 문학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질문을 던진 그 분에게 ‘한국에는 어떤 문학이 있습니까?’라고 되묻고 그 자리를 뜨고 말았다. 나도 글줄이나 쓴다고 끄적이며 6개월 만에 7쇄를 찍어낸 소설책을 가져본 사람으로서의 한국문학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 분이 인도네시아에 문학이 존재치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그러한 질문을 한 것은 그 분의 무지와 교만에서 연유한 것이었다. 나는 오래도록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 분의 무지는 용서할 수 있지만 그가 소유한 교만은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왜 그 분은 인도네시아에 문학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개별국가의 문학의 존재유무나 그 수준을 경제력과 비교하여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경제대국 미국이나, 1인당 GNP가 높은 싱가폴의 문학이 제일이고 중국이나 인도의 문학은 보잘것없는 것으로 여겨야할 터이니 틀린 말이다. 문학을 기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 것일까? 그러니까 문학이란 낙엽지는 가을에 외투 깃을 세우고 한적한 들녘을 걸어갈 수 있는 기후를 지닌 곳에서만 생산된다고 생각하는 다소 단순한 것으로 생각한 것일까? 그것도 설득력이 별로 없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것은 그분의 무식과 교만함에서 비롯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학에서 가르친다는 분의 인식이 그러한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면 슬프기까지 하다. 하긴 인도네시아 유명 작가의 작품 번역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장사가 안 될 것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한 기억이 그 교만한 대학교수의 얼굴과 오버랩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네시아에 25년 이상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작가가 있고 그 문학적 토양이 비옥하다고 한다면 좀 의외라는 생각을 가질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다. ‘줄풀린 진주 목걸이’로 비유되는 동남아의 자원부국 인도네시아에는 2억 3천만의 인구가 각 종족의 다양한 문화를 서로 존중하며 이를 바탕으로 통일된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다.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는 이 사람들이 그들의 문학장에서 활발한 문학활동을 하고 있다. 전통문학에는 만뜨라나 빤뚠(4행시) 등 독특한 장르가 있고 이를 토대로 양과 질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현대문학으로 발전시켜 왔다.
이 책은 이러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하여 집필되었다. 사실은 이러한 류의 책이 오래전에 출간되었어야하나 이제야 얼굴을 내밀게 된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땅에서 인도네시아어문학을 대학에서 가르치기 시작한지 올해로 만 40주년을 맞는다. 40년 동안 이 분야의 학자들은 무엇을 하며 세월을 보냈는지 반성해야 한다. 연구비를 타내기 위하여 시의성 있는 주제의 논문을 쓰거나 개인의 이익과 명예를 위하는 일에 자신의 에너지를 더 많이 분배하였음을 시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집필에 동참한 학자들도 반성을 하면서 이 책의 출간을 기점으로 더욱 분발하여 인도네시아 문학을 우리나라에 소개하는 출판물을 많이 내기로 다짐하였다.
이 책에서는 인도네시아 문학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주요 작가의 삶과 작품 그리고 문학세계를 쉽게 기술하였다. 이 책의 서론에 해당하는 1장에서는 인도네시아 문학을 공부하면서 알아야 할 일반적인 사항을 기술하였고(고영훈), 2장에서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이 인도네시아 문학장에서 일익을 담당한 사실과 이들과 인도네시아 현대문학 사이에 영향과 수용의 관계가 성립됨을 증명해 보였다(고영훈). 3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천재시인 하이릴 안와르(Chairil Anwar)의 시세계를 조명하고(김장겸), 4장에서는 인도네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소설가 쁘라무디아(Pramoedya Ananta Toer)의 삶과 문학을 분석해 보았다(고영훈). 5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시인이며 극작가, 연출가인 렌드라(W. S. Rendra)의 작품세계를(김장겸), 그리고 6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언론인 출신 소설가인 목타르 루비스(Mochtar Lubis)의 작품을 분석하였다(정순희). 끝으로 7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쁘리야이(priyayi)인 우마르 까얌(Umar Kayam)의 소설을 탐구해 보았다(이연).
짧은 시간에 멋진 책으로 만들어주신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김진수 부장님과 탁경구 주임님 등 관계자들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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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자를 대표하여
고 영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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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는 25년 이상 줄곧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작가가 있고 그 문학적 토양이 비옥하다고 하면 좀 의외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다. ‘줄풀린 진주목걸이’로 비유되는 동남아 최대의 자원부국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를 자랑하는 2억 3천만의 인구가 각 종족의 다양한 문화를 서로 존중하며 이를 바탕으로 통일된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다.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는 인도네시아인들이 독특한 문학 장르에서 활발한 문학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문학을 이해하는 것은 다양한 인도네시아 문화를 이해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개별 작가를 위주로 조명한 것이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문학을 개괄적으로 이해하려는 이들에게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