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방인의 방문, 술렁이는 마을
차가운 냉대, 무관심, 혐오 어린 시선… 과연 숲속 동물들의 선택은?
숲속 동물 마을에 눈보라가 닥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모두가 안전한 집에 숨은 가운데, 멀리서 낯선 곰 둘이 마을을 향해 다가옵니다. ‘누구지?’,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숲속 동물들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창밖을 내다봅니다. 곰 형제는 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잠시 쉬어 가도 되느냐고 물어보지만 그 누구도 선뜻 도와주려 하지 않습니다. 오직 꼬마 여우만이 용기를 내어 두 형제에게 작은 등불을 건네주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얼마 후 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하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여우 가족의 집이 와르르 무너져 버립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여우 가족의 눈앞에 저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이 보입니다. 오갈 데 없는 여우 가족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 줄 이가 있을까요?
작은 쉼터의 문이 활짝 열렸어요!
이방인이 아닌 ‘손님’에게 베푸는 친절의 힘
거센 눈보라 속에서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거리를 헤매는 곰 형제 이야기는 넓게는 전쟁, 자연재해 등으로 떠돌아다녀야 하는 난민 문제를, 좁게는 친구나 이웃 사이의 따돌림 문제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을 동물들은 곰 형제에게 손을 녹일 불조차 내주지 않는데,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기적인 태도를 생각나게 합니다. 만약 꼬마 여우마저도 다른 이들처럼 곰 형제를 모른 척했다면, 숲속 동물들은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영영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만에 하나 자신이 곤경에 빠지더라도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겠지요. 그러나 꼬마 여우가 내민 작은 손길은 결국 곰 형제가 따뜻한 쉼터를 기꺼이 열어 준 것으로 보답을 받았습니다. 추운 겨울 낯선 이에게 어떤 편견도 없이 순수한 친절을 베푼 어린이가 여러 목숨을 구하는 기적을 일으킨 것입니다. 이렇듯 『눈보라가 치던 날』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삶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으로, 이웃에 대한 연민과 관용, 나눔과 친절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종교 분쟁으로 전 세계가 힘들어하는 지금, 곤경에 빠진 이웃을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가치를 담은 이 책이 독자들에게 시의적절한 의미로 다가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