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은 예수님의 생애를 중심으로 형성된 교회의 달력입니다. 유대력(히브리력)과 예수님의 생애를 기반으로 동서방의 여러 풍습들의 영향이 더해져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교파마다 교회력을 대하는 (신학적) 관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성탄절, 부활절, 성령강림절(오순절)을 중심으로 대림절, 주현절, 사순절의 시기를 대체적으로 공유합니다. 이 책은 약 1년 5개월 간 교회력을 따라 해당 교회력의 성경 본문을 묵상하며 쓴 설교문, 그리고 관련된 예배곡을 소개하고 그 곡의 메시지를 묵상한 글을 모은 설교 및 예배곡 묵상집입니다.
『예배소품』은 SNS를 통해 연재하는 동안 많은 분들에게 은혜와 도전을 주었습니다. 특별히 코로나19가 우리 사회를 잠식해 가던 시점과 맞물려 시작된 『예배소품』은, 팬데믹을 통해 드러난 교회의 민낯과 부끄러운 현실을 날카롭고도 따스한 시선으로 다룹니다. 본문을 통해 이러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교훈, 즉 교회(성도)가 어떠한 마음을 품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특별히 삼위일 체, 구원, 교회, 종말, 하나님 나라 등 기독교 신앙의 기본적인 개념들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팬데믹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교회의 부끄러운 민낯과 맞물려 있음을 섬세하게 지적하고, 이에 대한 적용을 교회뿐만 아니라 신자의 일상으로 까지 연결 짓습니다.
이러한 설교 묵상의 방식과 흐름을 그대로 이어, 교회력 본문에 담긴 메시지와 잘 어우러지는 예배곡을 소개하고 그 곡에 담긴 메시지를 깊이 살펴보는 예배곡 묵상은 『예배소품』의 독특한 특징이자 소중한 미덕입니다. 늘 화려한 음악에 가려 곡에 담긴 메시지를 간과해온 우리들에게, 그 곡이 만들어진 맥락과 가사에 담긴 의미를 상기시켜줌으로써 보다 온전히 그 찬양을 부를 수 있게 도와줍니다. 말 그대로 예배곡을 ‘묵상’하게 합니다.
『예배소품』은 다소 독특한 맥락에서 탄생했습니다. 이 책은 잠시 제도 교회의 울타리 바깥에 머물던 한 성도와 지역 교회에 속해 사역 중이던 어느 목회자, 이 두 분에 의해 쓰였습니다. 서로 다른 상황이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고민을 공유했습니다. 이들이 교회다움을 고민할 때, 공교롭게도 공교회를 상징하는 교회력이 그 고민의 실타래를 풀어주었습니다. SNS를 통해 소개되었기에 다양한 형태의 교회(온/오프라인의 여러 개개인과 다양한 공동체, 지역 교회 등)에서 읽혔으며, 개인적인 동기로 시작된 일이 다양한 의도와 맥락의 공적 읽기로 이어졌습니다. 이 모든 상황의 중심에 교회력이 있습니다. 『예배소품』을 펼치면 과거와 오늘, 개인과 교회, 주님의 한 교회와 지역 교회가 교회력이라는 전통의 배려와 넓은 품 안에서 끊임없이 공명하는 아름다운 그림이 보일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따라 이 모두가 ‘함께’ 예배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개인 혹은 소그룹에서 활용할 예배서 혹은 묵상집으로 소개하려 했던 방향에 더해, 교회력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인 ‘공적 읽기’의 차원에서 ‘교회력에 따른 52주 설교와 예배곡 묵상 모음’으로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개인과 소그룹은 물론, 교회력을 따르는 강단에서 행해질 공적 설교에도 충분히 활용되길 바라봅니다. 규모와 형태를 넘어 기독교 신앙, 즉 그리스도의 다스리심이 진실되게 존재한다면 그 모든 곳이 교회입니다. 개인의 묵상 역시 모두의 묵상이 될 수 있고, 특정한 시기의 묵상이 모든 시기에 통용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한 사람의 책이자 어느 한 공동체와 교회에게도 소중한 책이 되길 소망해봅니다.
마지막으로 교회력 사용과 관련하여 독자분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첫째, 원래 교회력은 가, 나, 다해의 세 해로 나누어 각 해마다 다른 성서정과 본문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코로나 기간 중 약 1년 5개월 간 연재되면서 두 해의 본문이 섞이게 되어, 부득이 각 해를 표기하지 않고 사용된 본문을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둘째, 주현절과 주현 후 1주를 당시 연재 일정 상 한 번에 다루어 주현절 주간 설교와 예 배곡 묵상은 6개만 수록되었습니다. 이 두 부분에 대한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예배소품』은 ‘예배를 위한 작은 도움’입니다. 이 책이 개인의 예배와 공예배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따뜻한 예배의 촛불이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밝혀지길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