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구당서》와 《자치통감》- ‘기전체’와 ‘편년체’ 사서의 전형
《구당서(舊唐書)》는 당나라를 건국한 고조(高祖)로부터 마지막 황제 애제(哀帝)까지 총 21대 290년에 걸친 이당(李唐) 왕조의 역사를 본기 20권, 지 30권, 열전 150권 등 총 200권으로 다룬 이른바 ‘기전체(紀傳體)’ 단대사(斷代史)이다. 오대(五代)에 이르러 후진(後晉)의 개국군주 석경당(石敬塘)의 명령으로 편찬이 시작되고 5년 뒤인 출제(出帝) 치세에 재상이던 유후(劉煦) 887~946)가 작업을 마무리하였다. 유후는 자가 요원(耀遠)으로, 탁주(涿州) 귀의(歸義) 사람이며, 사공(司空)ㆍ평장사(平章事)를 거쳐 재상으로 있을 때 ‘집정자가 국사 편찬의 총책임자를 맡는’ 관례에 따라 편찬자로 이름을 남겼다. 원래는 ‘이당 왕조의 역사’라는 뜻에서 제목이 《이씨서(李氏書)》로 정해졌다가 북송대부터 《당서》로 일컬어졌다. 나중에 구양수(歐陽修) 등이 《신당서(新唐書)》를 편찬하자 그 ‘전작’이라는 뜻에서 《구당서》로 불리기 시작하였다. 〈동이전〉에는 고[구]려ㆍ백제ㆍ신라ㆍ와국(倭國), 〈북이전〉에는 말갈·발해말갈(대씨 발해) 등의 나라의 연혁ㆍ지리ㆍ풍속 및 당나라와의 교섭ㆍ책봉ㆍ전쟁이 비교적 자세히 다루어져 있다.
《자치통감(資治通鑑)》은 전국시대 주(周)나라의 위열왕(威烈王)으로부터 오대(五代) 후주(後周) 세종(世宗)까지 총 1,362년 동안의 중국 역사를 사건의 발생한 연·월·일 순서로 다룬 이른바 ‘편년체(編年體)’ 통사(通史)이다. 북송의 정치가이자 학자이던 사마광(司馬光, 1019~1086) 등이 20년 동안 작업을 진행한 끝에 완성하였다. 원래는 ‘역대 군주와 신하들의 사적’을 다루었다는 뜻에서 제목을 《역대군신사적(歷代君臣事蹟)》로 정하였다. 그런데 당시 황제이던 신종(神宗)이 ‘황제가 나라를 통치하는 데에 보탬이 되는 보편적인 본보기’로 삼자는 뜻에서 《자치통감》으로 확정되었다. 시대별로 〈주기(周紀)〉ㆍ〈진기(秦紀)〉ㆍ〈한기(漢紀)〉ㆍ〈양기(梁紀)〉ㆍ〈진기(陳紀)〉ㆍ〈수기(隋紀)〉ㆍ〈당기(唐紀)〉ㆍ〈후량기(後梁紀)〉ㆍ〈후당기(後唐紀)〉ㆍ〈후진기(後晉紀)〉ㆍ〈후한기(後漢紀)〉ㆍ〈후주기(後周紀)〉 등, 총 294권으로 구성되었다.
ㆍ 이번 책의 특징
우리역사연구재단에서 역자가 지난 몇 년 동안 ‘국학총서(國學叢書)’로 선보인 《정역 중국정사 조선ㆍ동이전》시리즈는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그래서 아무도 알지 못했던 한ㆍ중 고대사의 역사적 사건ㆍ인물ㆍ장소들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과 고증을 제안해 왔다. 그렇다 보니 ‘반도사관(半島史觀)’이 지배하는 국내 학계로부터는 역자의 이 같은 주장과 노력의 결실이 일종의 ‘금서(禁書)’처럼 취급되어진 것이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2023년 현재 하버드 대의 옌칭(燕京) 연구소, 스탠퍼드 대의 동아시아 연구소를 위시하여 콜럼비아ㆍ프린스턴ㆍUCLAㆍ사우스 캘리포니아ㆍ코넬 등 미국 유수의 명문대 및 미국 의회(Congress)ㆍ일본 국회(日本國會)ㆍ일본 도쿄 도립(東京都立) 등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도서관들에 소장되어 현지의 한국사ㆍ중국사ㆍ동양사 연구자들의 참고서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정역 중국정사 조선ㆍ동이전》시리즈의 가치와 효용성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오히려 더 널리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이번 《정역 중국정사 조선ㆍ동이전 4》(구당서권)에서는 독자ㆍ연구자들이 ‘기전체’ 정사 《구당서》에 수록된 〈동이전(東夷傳)〉과 〈북적전(北狄傳)〉에서 소개한 고[구]려ㆍ백제ㆍ신라ㆍ와국(倭國), 〈북이전〉에는 말갈·발해말갈(대씨 발해) 등의 연혁ㆍ지리ㆍ풍속 및 당나라와의 교섭ㆍ책봉ㆍ전쟁 관련 내용들을 보다 쉽고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하여 ‘편년체’ 《자치통감》의 관련 대목들에 대한 번역과 주석을 추가로 부록하였다. 그리고 미국 우주항공국(NASA) 위성사진에 기반을 둔 플러드 맵(flood map)·토 포그래픽 맵(topographic-map)·구글 어스(gougle earth) 등, 다양한 지구과학 사이트들이 제공하는 정보들의 3D 시뮬레이션 재구성을 시도하였다. 기존 정사들에 자주 등장한 중원의 각종 지명들로부터 고구려의 요택(遼澤)ㆍ요동성(遼東城)ㆍ백애성(白崖城, 백암성)ㆍ안시성(安市城), 백제의 취리산(就利山)ㆍ옹산성(甕山城, 공산성), 신라의 덕물도(德物島, 득물도), 발해의 동모산(東牟山)ㆍ천문령(天門嶺) 등까지, 그동안 7~8세기 한ㆍ중 고대사에서 논란이 되어 왔던 역사의 현장들에 대한 새로운 지리ㆍ언어ㆍ고고적 고증과 해석을 제시하였다. 이 중에서도 7세기 고구려-당나라의 요동전쟁 과정에서 핵심적인 공간인 요택의 좌표를 기존의 요녕성 중부 요하 유역이 아니라 하북성과 요녕성의 집경지대로 본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책은 주제별ㆍ사건별로 소개된 《구당서》 열전들의 내용을 연도별ㆍ월별ㆍ일별로 정밀하게 대조하고, 나아가 한ㆍ중 고대사의 역사적 진실들을 검증하는 데에 유용한 지침서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독자들은 7~8세기 한ㆍ중 고대사의 명장면들을 《구당서》와 《자치통감》을 함께 엮은 이 한 권으로 완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