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경계인문학 학술총서> 소개
<탈경계인문학 학술총서>는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인문과학원이 수행하고 있는 한국학술진흥재단 인문한국(HK) 지원사업인 ‘탈경계인문학의 구축과 확산’을 위해 기획된 연구총서이다.
이화인문과학원은 기존의 인문학이 오늘날의 사회문화적 변화를 해석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새로운 인문학의 방향으로 ‘탈경계인문학’이라는 개념을 제안했고, 한국학술진흥재단 2007년 선정 인문한국연구소로서 ‘탈경계인문학’을 구축하고 확산시키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탈경계인문학’은 오늘날 변화무쌍한 사회 환경 안에서 문화적 경계들이 빠르게 해체되고 재편되는 탈경계 문화 현상 속의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세계, 인간, 언어의 측면에서 지구지역성(Glocality), 젠더(Gender), 다매체(Multimedia)에 대한 연구를 촉진하며 소통, 공존, 융합을 추구하는 인문 지식을 생산하고 있다. 방법론적으로는 대립과 갈등을 야기하는 ‘경계짓기’를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인문학과 타학문, 학문과 일상을 잇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탈경계인문학 학술총서>는 ‘지구지역성’, ‘젠더’, ‘다매체’를 주제로 2009년부터 매년 3권씩 현재 총 아홉 권이 출간되었다.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정보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해 전 지구적이면서 지역적인 특수성을 내포한 글로컬 문화 환경이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 그에 따라 국경을 넘나들며 여러 문화를 경험하는 트랜스-이주자가 급증하면서 다양한 삶의 방식이 확산되는 추세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에 타자 혹은 타자 담론화는 사라진 것일까? 역설적이게도 오늘날의 문화 환경은 초국적 자본 권력과 세분화된 계급적 차별을 확산시키고 있다. 그 양상이 전방위적이며 현란하기 때문에 타자들의 고통은 은폐되고 목소리는 지워져 잠시 사라진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젠더 담론을 재배치함으로써 숨겨진 ‘타자’를 소환하고 타자 정체성의 의의와 가치를 새롭게 부여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쓰여졌다. 이를 위해 미국의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의 수행성 개념으로부터 나온 ‘젠더 하기doing gender’라는 전략적 시각에서 타자의 위치와 그 형상화 양상을 고찰하고 있다. 버틀러는 젠더를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정체성이 아닌 양식화되어 있는 행동들을 반복 수행하여 체현된 정체성으로 보고, 결국 젠더는 ‘하기doing’, 즉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젠더 하기’ 관점에서 노년 여성, 이주 노동자 및 결혼 이주 여성 등 우리 시대의 새로운 타자에 관해 고찰함으로써, 주체와 타자라는 이분법적인 젠더 체계를 넘어서서 능동적인 젠더 정체성을 지향하고, 다양한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실천적이고 윤리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