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학센터 주관으로 2012년 시작된 ‘이화글로벌임파워먼트프로그램 (Ewha Global Empowerment Program: EGEP)’은 아시아 여성 NGO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학 교육 실천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33개국 103명의 아시아와 아프리카 여성 운동 활동가들이 참가했다. 이 책은 EGEP 1기부터 5기까지 참가했던 아시아 여성 운동 활동가들의 이야기들 가운데 일부를 모아 우리말로 펴낸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네팔, 방글라데시, 버마(미얀마), 스리랑카,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태국, 필리핀, 한국 등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젊은 NGO 여성 운동가들로, 젠더와 환경, 개발, 이주, 재난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루어지는 다채로운 형태의 여성주의 활동상을 보고하고 있다. 이들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는 아시아라는 지역적 범주의 공통성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역사, 문화적 배경이 다른 아시아 곳곳에서 일어나는 여성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헌신하는 여성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의 뜨겁고 진지한 이야기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체에서 여성의 문제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게 하고, 기존 서구의 가부장제적 지식 생산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서 아시아여성학 구축의 기틀을 마련해주고 있다.
다양하고 생생한 아시아 여성들의 증언을 담은 이 책을 통해 우리와 다른 낯선 세계를 이해하고, 또 우리 모두를 위한 새로운 세계의 비전과 전략을 세워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책 내용
이 책은 총 4부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제1부 ‘가부장제와 섹슈얼리티’에는 네 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1장에서는 방글라데시 사회에 만연한 아동 결혼의 현황에 대해 고발하고, 2장에서는 한국에서 도외시되고 있는 아시아 출신 외국인 남성과 결혼한 한국 여성들이 겪는 이중 소외에 대해 소개한다. 3장에서는 월경 중인 여성들을 격리하는 차우파디라는 네팔 특유의 전통을 타파하기 위한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4장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 1960년대부터 시작된 성 소수자 운동의 역사를 개괄한다.
이어 제2부 ‘여성 인권과 노동’에는 버마(미얀마) 내 소수민족인 카친족 여성들이 겪는 내전의 상처와 인권 침해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5장), 필리핀 마닐라의 빈민 공동체에서 여성들이 단결하여 주거권 보장과 토지 임대를 위해 투쟁했던 경험(6장), 2014년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라나 플라자 참사에 대한 생생한 보고(7장)가 실려 있다.
제3부 ‘재난과 여성 임파워먼트’에는 총 세 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는데, 8장에서는 2004년 스리랑카를 덮친 쓰나미를 계기로 재난 대응에 필요한 여성의 잠재력에 대해 논하고, 9장에서는 2013년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하이옌과 같은 자연 재난이 야기한 여성 차별과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10장에서는 재난 위험 경감과 기후 변화 대응에 있어서 여성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네팔의 프로젝트와 그 성과에 대해 보고한다.
마지막으로 총 네 4편의 글로 구성된 제4부 ‘대안 페미니즘 운동’에는 지역 야생식물을 이용해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해 힘쓰는 인도네시아의 사례(11장), 인도에서 식량 생산에 기여함으로써 여성의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애그로 페미니즘의 실천 사례(12장), 현재 중국 여성 운동의 현황과 미래 진단(13장), 한국 청소년 성교육의 필요성과 그 대책(14장)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