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학은 어떻게 발전해왔을까? 또 최근의 연구 동향은 어떠할까? 『번역학 발전사』(원제: The Turns of Translation Studies)는 언어학이나 문학 이론의 한 분야로 치부되어왔던 번역학이 독일 낭만주의 시대를 출발점으로 하여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살펴본 연구서이다. 괴테,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 등 번역학의 선구자로부터 현대 번역학의 개척자로 일컬어지는 카타리나 라이스, 제임스 홈즈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연구자들의 이론을 비롯해 번역 연구의 주요 담론을 총망라함으로써 번역학의 발전 과정과 그 핵심 연구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주로 번역 이론과 기법 등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번역학 관련 저서들과는 달리 번역학이라는 학문을 보다 거시적이고 사회적인 맥락에서 분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책에서는 번역학의 발전 과정에 있어서 새로운 동력이 된 1980년대의 문화적 전환을 중심으로 최근 30여 년 동안의 주요 연구 동향과 성과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특히 1980년대 독자적인 학문으로 자리를 굳히게 된 번역학이 1990년대를 거치면서 다른 학문과의 폭넓은 교류를 통해 다학제적 학문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또한 당시의 지배적인 학계의 관점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으며 오늘날 번역학의 패러다임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술번역학과 스코포스 이론,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등 이 시기에 이루어진 주요 연구들을 살펴보고, 나아가 기술의 발전, 세계화와 같은 사회문화적 변화가 번역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분석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번역학의 발전을 이끌어온 핵심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고찰함으로써 단순히 번역학의 학문적 궤적을 좇는 데 그치지 않고 번역학의 현재의 위치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번역학이 독립 학문으로서 부상하게 된 출발점을 독일 낭만주의 시대로 보고, 괴테와 슐라이어마허, 훔볼트, 벤야민 그리고 로젠츠바이크와 같은 번역학 선구자들의 자취를 추적해 그들의 이론과 연구 성과를 알아본다. 또한 1970년대의 ‘화용론적 전환’을 배경으로 현대 번역학의 개척자로 꼽히는 레비, 나이다, 라이스, 홈즈 등의 활동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한다.
2장에서는 번역학이 독자적인 학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1980년대 ‘문화적 전환’ 시기의 주요 학문적 움직임을 분석하고, 당시 발표된 대표적인 이론인 기술번역학, 스코포스 이론, 번역행위 이론, 해체주의 등에 대해 살펴본다.
3장에서는 1990년대 발전한 번역학의 분야와 이 시기에 소개된 주요 용어에 초점을 맞춰 다학제적 학문으로서의 번역학에 대해 논하고 있다. 특히 투리의 번역 규범과 체스터만의 밈 개념을 번역 윤리와 관련지어 살펴보고,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과 다매체 번역을 연구 사례와 함께 소개한다.
4장에서는 통역과 번역에 있어 실증 연구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면서 나타난 방법론적 변화와,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세계가 글로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변화 등 1990년대 번역학에서 일어난 두 가지 주요 전환에 대해 고찰한다.
5장에서는 번역학의 현주소를 비판적 시각으로 살펴본다. 1970년대 우세했던 언어학적 개념과 관점이 다시 지지를 받는 회귀 현상을 지적하는 한편, 영어권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독일의 주요 번역 이론을 검토하고 이러한 연구가 국제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도록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6장에서는 번역학의 미래에 대한 예측을 제시하면서 번역가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독립 학문으로서의 번역학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관련 연구자들과 실무자들이 더욱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