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선집은 ‘사랑’을 노래한 중국의 현대시 중에서 명편(名篇)으로 알려진 시 60수를 모은 책이다. 시편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시마다 해설을 싣고, 낭송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원문과 ‘한어병음자모’를 곁들였다. 전체 시를 연대별로 네 장으로 나누어 애정시가 변화, 발전해가는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몄으며, 타이완 애정시에도 한 장을 할애하여 타이완 시의 경향을 엿볼 수 있게 구성하였다.
1장은 ‘애정시의 탄생과 발전’편으로 백화 신시(新詩)부터 20년대 중국 시단에서 활약한 호반파(湖畔派), 신월파(新月派), 상징파(象徵派)의 애정시를 수록하였다. 꾸오모루오(郭沫若), 펑즈(馮至), 리우빤농(劉半農), 쭈쯔칭(朱自淸), 쉬즈모(徐志摩), 쮸시앙(朱湘) 등의 시가 실려 있다. 2장은 “애정시의 성숙”편으로 1930년대 신월파 후기 시와 현대파(現代派)의 애정시를 수록하였다.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이 시기 시인들은 중국의 전통적인 시적 이미지를 현대적이면서도 도시적인 이미지로 치환시켜 대중적인 공감을 이끌어내었다. 따이왕슈(戴望舒), 삐엔즈린(卞之琳), 허치팡(何其芳), 리구앙티엔(李廣田), 진커무(金克木) 등의 시가 실려 있다. 3장은 “애정시의 침체와 부흥”편으로 1940년대 이후 최근까지의 작품을 선별하였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 1966-76년의 문화대혁명, 1989년 6·4 천안문사건에 이르는 파란만장한 격동의 역사 속에서 애정시의 창작은 침체와 암흑의 시기를 거쳐 80년대 이후 다시 부활의 시기를 맞고 있다. 40년대 후반의 무딴(穆旦), 쪙민(鄭敏) 등 구엽(九葉) 시인들부터 70년대의 원지에(聞捷), 차이치지아오(蔡其矯), 린즈(林子) 등을 거쳐 80년대 새로운 이미지 예술과 휴머니즘을 부르짖은 슈팅(舒婷), 베이다오(北島), 꾸쳥(顧城) 같은 몽롱파(朦朧派), 리깡(李鋼), 우삥(吳兵) 등 신세대 시인들까지 개성 넘치는 다양한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4장은 타이완 시 7편을 싣고 있는데, 1949년 이후 비교적 개방적인 분위기에서 다양한 현대시의 실험 기간을 거치면서 그들만의 독자성을 확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중국인이 사랑을 이야기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는 동시에 사랑에서 연유하는 그들의 정서가 우리들과 유사함을 확인할 수 있는 한편, 이를 받아들이고 치유하는 방식은 개인에 따라 서로 다름을 살피게 될 것이다. 떨리듯 와서, 뜨겁게 타다, 흰 재가 된 중국 현대 애정시의 경맥(經脈)을 통해 독자들은 사랑의 열정과 환희 뒤에 숨겨진 희비애환(喜悲哀歡)의 세계를 다채롭게 맛보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