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시인은 “문득 보이는 게 있어서/폰을 꺼내 찍는다”며,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그것 뿐이다”라고 ‘시인의 말’에서 고백한다. 그의 고백은 겸손하지만 “이걸 그으면/초록불이 확 일어날 거야”(「성냥개비」)라는 첫 수록시만 보더라도 『난 고양이로소이다』에 수록된 그의 디카시들은 결코 겸손하지 않다. “성냥개비”의 이미지에서 누구나 상상하게 되는 ‘불’이라는 무섭고도 위험한 상상력을 뛰어넘어서 “초록불”이란 불온하고 아름다운 시적이미저리를 이끌어내는 시인의 시적 상상력은 과히 송찬호 시답다. 그뿐이랴 “거기가 어디든 앉는 자리는/모두 꽃방석”이며, “그게 나비의 운명”(「꽃방석」 )이라고도 속삭이지만 시인은 “호동그란 눈동자도 새초롬한 수염도 없소만은/난 고양이로소이다”(「고양이」 )라고 당당히 고백한다.
거기가 어디든 앉는 자리는
모두 꽃방석
그게 나비의 운명
- 「꽃방석」 전문
호동그란 눈동자도 새초롬한 수염도 없소만은
난 고양이로소이다
- 「고양이」 전문
이장호 영화감독은 “‘거품 부글거리는 이 잉크의 늪에 한 마리 푸른 악어가 산다’(「만년필」)는 시인의 시를 읽고, 순간 정신이 번쩍 든 적이 있다”며, “이후 ‘사라져버린 사냥 시대’(「고양이」)에 대해 생각하고 ‘언젠가 고래를 만나면 그에게 줄 / 물을 내뿜는 작은 화분 하나’를 키우며, ‘늘 고래의 꿈’을 꾼다는 시인이 궁금했다”고 고백한다. 이어 “그 시인이 흔한 마을의 저녁 풍경을 앵글에 담아 ‘망각과 죽음이여, 어서 지나가다오’(『겨울 나그네』)라며 첫 번째 디카시집을 내더니. 이번에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두 번째 디카시집을 묶었”음에 감탄했다. 그리고 “호동그란 눈동자도 새초롬한 수염도 없소만은 / 난 고양이로소이다”(「고양이」)라고 고백하는 시인은 스스로가 “풍경”이 되어 “돌이 꽃을 던”지는 “슬로비디오”도 바라보고, “피를 지혈시킨 솜뭉치”, “천일홍”도, “거미의 휴일”도 “일몰”도 지켜본다며, “편편이 환상적이면서도 잔혹한 아름다움의 영상미학”이라고 평한다. 이장호 감독은 당신도 ‘만년필’의 시인처럼 스마트폰을 들고 고양이처럼 사라져가는 골목을 어슬렁어슬렁 누비며 “영상 언어를 만나는” 촌철살인의 즐거움을 실천해보고 싶다고 추천사에서 밝혔다.
독자들이여, 디카시의 품격을 한층 드높인 ‘만년필’ 시인처럼 우리도 ‘스마트폰을 들고’ “밤하늘에 반짝이다 사라진 것들”(「도깨비 바늘」)을 만나러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