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씨 씨를 뿌리고 꼭 꼭 물을 주었죠.
하룻밤 이틀 밤 쉿 쉿 쉿
뽀드득 뽀드득 뽀드득 싹이 났어요”
그런데 노래 꼬리를 잡았더니~ 창의력이 쑥쑥!
“쑥쑥!” “쾅!” “쿵!” “아야!” “땡!”
동요의 후렴구를 따라 경쾌한 의성어와 의태어로 시작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기다려 주면 싹이 돋아난다는 내용의 동요 〈씨앗〉. 동요는 한 곡이지만 작가가 상상을 통해 펼쳐 내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과연 누가 씨를 심었을까? 어떤 씨를 심었을까? 씨앗이 자라면 어떤 식물이 될까? 씨앗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파도가 되어 넘실거리고, 찬란한 햇빛을 받으며 한 편의 동화가 뚝딱 만들어진다.
노래에는 없지만, 이야기에는 남몰래 숲속의 꽃과 나무를 돌보는 호랑이가 등장하고, 그 호랑이가 위기에 빠진 토끼를 구하자 토끼는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작은 씨앗 하나를 건넨다.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보물을 받은 듯 땅속에 씨앗을 심고, 물을 주며, 호랑이는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기를 기다린다.
키는 클까 작을까? 무슨 색깔의 꽃을 피울까? 열매를 맺으면 무슨 맛이 날까?
하룻밤, 이틀 밤, 다음 날, 그다음 날, 기다리고 기다리던 호랑이 앞에 자신의 키를 훌쩍 넘은 커다랗고 노란 해바라기가 자라나 있고, 해바라기꽃 속에는 놀랍게도 숲속 친구들이 모두 모여 잔치를 벌일 만큼 많은, 고소한 씨앗을 품고 있다. 한 편의 이야기가 마무리될 즈음 땅속 두더지 친구가 새로운 씨앗을 들고 나타난다. 두더지가 가져온 것은 또 어떤 씨앗일까?
이처럼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마치 질리지 않고 불러대는 아이들의 노래처럼.
▌“너도 노래 꼬리를 잡아 볼래?”
가장 좋아하는 동요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노래에 꼬리가 있는 거 아니?
요리조리 잘 도망쳐서 잡기는 쉽지 않아.
하지만 한번 잡으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가 계속돼.
첫 번째 노래 〈씨앗〉에 이어 〈도토리〉 〈반달〉 〈아기 나무 작은 열매〉 〈여름 냇가〉 다섯 곡의 동요에 저마다의 특성을 살려서 놀라운 이야기를 구성해 낸 작가는 노래 꼬리를 잡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고 제안한다.
〈도토리〉에서 다람쥐 한눈팔 때 도망 나온 도토리는 단풍잎 곱게 물든 산골짝에서 온 도토리와 깊은 산골 종소리 듣고 있다가 온 도토리를 만난다. 둥글둥글하고, 동글동글하고 길쭉길쭉한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졸참나무의 열매가 모두 도토리인데 과연 진짜 도토리는 누굴까? 〈반달〉에서 계수나무와 토끼는 하얀 쪽배를 타고 왜 서쪽 나라로 갔을까? 〈아기 나무 작은 열매〉에서 초록색 작은 열매는 왜 빨간 열매가 되기를 꿈꾸었을까? 〈여름 냇가〉에서 꾀꼬리가 꾀꼴꾀꼴 노래 부를 때 고기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작가가 펼쳐 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창작의 시작은 작은 호기심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며, 생각의 물꼬를 틔워 낸 이야기에 정신없이 빨려들 때쯤, 새로운 노래 꼬리가 눈에 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 꼬리를 잡고 나만의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렇게 노래는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다시 새로운 노래가 되는 마법이 펼쳐질 것이다.
▌“폭신폭신 개구름나무, 쪽쪽 입 맞추고 싶은 쪽나무” 등
놀라운 언어 표현력과 친근하면서도 탁월한 캐릭터 구성력!
《받침구조대》를 통해 언어를 다루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 주었던 곽미영 작가는 《노래 꼬리 잡으면 이야기가 시작돼!》에서도 국어에 대한 이해와 단어의 정확한 묘사력을 다시 한번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해를 바라보며 길쭉하게 자라나는 해바라기의 특성과 이름을 재해석하여 “해만 보니까 해바라기지!”라고 표현하고, ‘쌀쌀맞게 말하는 싸리나무’, ‘메롱메롱 약 올리는 조롱나무’, ‘미안해 사과하는 사과나무’ 등 직관적으로 깔깔깔 웃게 만드는 작명 센스를 선보인다. 한 번 들으면 잘 잊히지 않는 단어에 대한 재치 있는 표현력은 사물에 대한 작가의 섬세한 관찰력과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 덕분일 듯하다. 산책길에 우연히 계수나무에서 달콤한 솜사탕 향기를 맡았던 작가의 경험이 이 책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또한 이 책에는 동물이나 사물을 의인화하여 풍자나 교훈을 전달하는 우화가 가진 장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꽃을 사랑하고 시든 나무를 돌보며 위기에 처한 토끼를 구하는 따뜻한 호랑이, 이마에 걱정 주름이 생겨 가면서 숲속 친구들이 의뢰한 마음이 포근포근해지는 솜사탕을 만드는 토끼, 가시투성이의 외모 때문에 친구가 없어 슬퍼하는 밤송이 등 각각의 에피소드마다에 등장하는 동물 친구들은 위기에 빠졌을 때 서로 돕고, 슬퍼하는 친구에게 손을 내밀어 위로를 전하며, 꿈을 위해 다 같이 노력한다. 그리고 읽는 내내 그들이 보여 주는 모습에 열렬한 응원을 보내게 만드는 것은 짧은 이야기 안에서 작가가 그려 내는 캐릭터의 힘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