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응원하는 단짝 친구, 우리의 주인공 두더지와 들쥐는 또다시 세 가지 에피소드로 커다란 즐거움과 반짝이는 깨달음을 안겨 준다. 전작에서 봄, 가을, 여름을 보내며 두터운 우정을 쌓은 두 친구에게도 어김없이 추운 겨울이 찾아온다. 그러나 춥다고 집 안에 움츠리고 있을 두더지가 아니다. 두더지는 이야기꾼으로 변신하여 축 처져 있는 들쥐를 감동시키고, 특유의 엉뚱함과 상상력으로 눈송이 먹기, 눈 가리고 페탕크 시합하기 놀이를 제안하며 추운 겨울날을 생기 있고 즐겁게 만든다.
코가 시린 겨울날에도 두더지와 들쥐가 펼치는 「장작」 「첫 눈송이」 「페탕크 시합」 세 편의 놀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추위는 저만치 물러가고 따뜻하고 행복한 에너지가 차오른다. 추운 겨울날, 어린이와 어른이 서로에게 읽어 주고 이야기꽃 피우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추운 겨울날을 활기차게 만드는 친구, 이야기, 놀이!
일상에서 즐거움을 창조하며 다 같이 기쁨을 나누다
숲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더지와 들쥐』 시리즈는 각 권마다 유머러스한 이야기 속에 행복한 삶을 위한 일상의 철학이 버무려져 있다. 이번 책에서는 이야기의 힘, 낙천적인 태도, 함께하는 놀이의 즐거움을 한껏 맛볼 수 있는데, 두 주인공은 사계절의 순환 속에서 찾아온 추운 겨울을 신나게 온전히 즐긴다.
“책이 없으면 어때? 대신 장작을 읽으면 되지!”
첫 번째 이야기 「장작」 편에서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을 들쥐가 장작과 헷갈려 벽난로에 넣었다고 생각한 두더지가 한 말이다. 물론 장작 대신 책을 넣은 건 눈이 어두운 두더지다. 하지만 두더지도 들쥐도 서로를 탓하거나 정정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두더지는 이런 모험을 기다려 왔다며 이야기꾼으로 변신한다. 103장까지 이어지는 긴 모험 이야기를 들은 들쥐가 흥분하여 “두더지야, 넌 타고난 이야기꾼이야!”라고 감탄하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 이야기는 추운 겨울날의 지루함을 날려 버리는 비결임에 틀림없다.
“들쥐 너와 함께라면 행운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지. 언제나!”
하지만 춥다고 집 안에서만 놀 수는 없다. 두더지는 언제나처럼 상상력을 발휘하여 기발한 제안을 하고, 절친 들쥐는 기꺼이 호응한다. 들쥐를 밖으로 불러내어 첫눈을 기다리며 눈송이 먹기 내기를 하고(「첫 눈송이」), 여럿이 모여 눈을 가리고 페탕크 시합을 하니(「페탕크 시합」), 하하 호호 웃음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지는 듯하다. 두더지와 들쥐가 서로를 아끼고 응원하며 감탄하는 모습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이렇게 신나게 논 게 얼마 만인지!”
한바탕 놀이를 즐기고 나서 뾰족뒤쥐가 한 말이다. 내기를 하고 시합을 하자 했지만, 실상은 다 같이 즐기는 놀이였기 때문이다. 눈이 어두운 두더지가 “공평하게” 모두 눈을 가리고 시합하자고 제안하자 기꺼이 동의하고, 서로 이기려고 경쟁하기보다 다 함께 즐기며 노는 모습을 보노라면, 함께 숲에서 뛰어논 듯 뿌듯하고 즐거워진다.
이렇게 바깥 놀이를 실컷 즐기고 돌아가는 친구들 얼굴에는 행복감과 삶의 에너지가 넘쳐난다. 일상에서 즐거움을 창조하고 삶의 기쁨을 나누는 일은 소중하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이야기와 놀이의 세계는 무한한 상상과 모험으로 안내하는 영혼의 길동무다. 이 책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행복의 비결은 결코 멀리 있지 않으니, 자연을 호흡하며 순간순간의 즐거움을 만끽하라고 이야기한다.
▶ 주인공 소개
두더지는 눈이 어두워서 잘 보지 못하지만 뛰어난 창의력으로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좀 투덜대기는 해도 철학자 같은 모습이 꽤 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짝 친구 들쥐를 세상에서 가장 믿고, 초콜릿과 지렁이 파이를 최고로 좋아한다.
들쥐는 가끔 걱정이 지나칠 때도 있지만, 친절하고 활달하며 부지런하다. 절친 두더지가 행복하길 늘 바라면서 친구가 마음 상하지 않도록 반짝이는 상상력을 끝없이 발휘한다. 두더지 집 가까이에 살면서 매일매일 새로운 놀잇거리를 들고 찾아간다.
▶ 줄거리
#첫 번째 에피소드 「장작」
”겨울 추위가 찾아오니 들쥐가 두더지 생활을 하네. 하루 종일 꾸벅대고 말이야!” 들쥐가 집 안에서 나오지 않자, 두더지는 들쥐네 문 앞에서 트럼펫으로 마우스 데이비스(세계적인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를 빗댄 말)의 곡을 연주하며 투덜댄다. 두더지는 재미있는 모험 이야기를 빌려 왔으니 어서 책을 읽어 달라고 한다. 그러고는 벽난로 불이 시들하니 다시 활활 타오르게 해 주겠다며 장작을 넣는데, 책을 불에 넣는다. 당연히 두더지는 그 사실을 모른다. 나중에 들쥐가 착각해서 책을 불에 넣었다고 여긴 두더지는 예의 낙천성을 발휘하며 말한다. “책이 없으면 어때? 대신 장작을 읽으면 되지! 내가 장작 읽는 법을 완벽히 알고 있거든.” 이렇게 해서 두더지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두 번째 에피소드 「첫 눈송이」
톡! 거듭되는 소리에 문을 열어 보니 두더지가 보낸 쪽지가 있다. “공터에서 눈싸움하자! 장갑 챙기는 거 잊지 말고.” 잠이 덜 깬 상태인 데다 아직 눈도 안 왔지만, 들쥐는 친구를 실망시킬 수 없다며 바깥으로 나간다. 두더지는 공터 한가운데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꼼짝 않고 서서 눈이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들쥐가 몇 시간 안에 눈이 오기는 힘들다고 하자, 두더지는 공기를 보니 반드시 눈이 내릴 거라고 확신하며 개암 열매 세 개를 건다. 그리고 먼저 눈송이를 삼키면 여섯 개로 올리겠다고 제안한다. 이 내기는 어떻게 끝날까?
#세 번째 에피소드 「페탕크 시합」
두더지, 들쥐와 함께 다람쥐, 뾰족뒤쥐, 부엉이가 눈 쌓인 공터에 모여 있다. 두더지가 페탕크를 하자고 하자, 들쥐는 여름에 하는 경기 아니냐며 놀란다. 하지만 두더지는 “페탕크를 하고 싶은 내 마음은 달력과는 상관없거든? 오늘 눈싸움은 잊어버리자.”라며 페탕크 표적은 솔방울로, 공은 눈을 뭉쳐서 만들자고 하고, 자기 눈이 어두우니 공평하게 눈을 다 같이 가리고 하자고 제안한다. 모두 흔쾌히 동의하고 이번에도 부엉이가 심판을 맡는다. 그러나 눈을 가리고 하는 페탕크는 마치 눈싸움같이 되어 버리고, 시장을 보고 지나가던 족제비가 눈뭉치에 맞으며 화를 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