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3년 네덜란드의 안톤 판 레이우헨훅은 이전 세기에 발명된 현미경을 개량해 오늘날 단세포 동물, 혹은 선충류 등과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아주 작은 생명체를 발견해 최초로 보고했다. 그는 이 생명체를 ‘미소 동물’이라 불렀고, 자신의 치아 사이에 낀 치석과 일생 동안 한 번도 이를 닦아 본 적이 없는 두 노인의 엄청난(!) 치석에서 오늘날 우리가 ‘세균’이라고 부르는 것을 발견했다.
1898년 ‘담배 모자이크병’이라는 식물 전염병의 원인을 찾고 있던 베이예링크는 전염된 식물의 잎에서 추출한 수액을 여과기에 통과시켜 세균이나 균류 세포를 걸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이 수액이 여전히 다른 식물에 전염병을 퍼뜨린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그 ‘전염성 액체’에 ‘여과성 바이러스’가 들어 있다고 했는데, 라틴어로 ‘독’을 뜻하는 ‘바이러스’가 처음 등장한 것이다.
1930년대 전자현미경의 발명은 생물학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1898년 그 존재가 가정되었으나 결코 눈으로 볼 수 없었던 바이러스를 1943년에 직접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바이러스 가운데 마치 우주 착륙선을 닮은 살균 바이러스는 세균의 단백질 제조 기관의 지휘부를 점령하고 자신을 무수히 복제해 세균을 죽게 한다. 하지만 감염된 세균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살균 바이러스의 공격에도 살아남아 세균 배양 접시를 다시 오염시켰다. 마치 ‘살아남기 위해 적응’을 한 것처럼 바이러스의 공격에 면역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생존은 찰스 다윈식의 자연선택에 의한 적자생존(1859)이었고, 찰스 다윈이 그 원천을 알지 못했던, 동일한 종의 개체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갑작스런 변화, 즉 돌연변이(1901 휘호 더프리스)였다. 이제 이야기는 유전과 유전자로, 그리고 진화의 첫 단계를 이루는 중요한 변이의 원천으로서 어떤 세포가 자신이 삼켰던 생명체로부터 추가적인 유전 정보를 획득하게 되는 ‘내부 공생’(이러한 예로 세포 내 에너지 발전소의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 식물 잎에서 광합성 작용을 하는 엽록체가 대표적이다)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러한 미시 세계는, 원자 내부의 세계를 탐색하는 입자물리학의 편에서 보면 우주만큼 광대한 세계이며, 90억 광년이나 떨어진 어떤 지점에서 도달한 파장이 짧고 큰 에너지를 가진 감마선을 관측하고 우주의 기원을 찾는 천체물리학의 편에서는 초미시적인 세계이다. 과학이 선사하는 장면들은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불가능했을 것으로 때론 오늘의 어떠한 영화보다도 더 스펙터클하고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단위와 규모 면에서 이 극단적인 두 세계 사이에는 그 눈부신 성장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대 과학이 풀지 못한 신비들이 역시 여전하다.
그래서일까? 아인슈타인은 “실재 세계에 견줄 때 우리의 모든 과학은 매우 원시적이고 유치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인슈타인 이후로도 과학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지만, 오늘의 과학을 두고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견해를 바꿀 것 같지는 않다. 광대하고 수수께끼로 가득 찬 자연과 우주 앞에서 이 원시적이고 유치한, 하지만 소중한 현대 과학이 첫걸음을 뗀 것은 16세기였다. 인체의 직접 해부를 통해 인체 구조를 설명한 베살리우스의 《파브리카》(인체의 구조에 관하여)와, 천상의 질서를 지구가 아닌 태양을 중심으로 재편한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가 같은 해(1543년)에 세상에 나온 이 세기에 직접적인 관찰과 측정, 실험에 의한 새로운 과학 정신이 출현한 것이다.
《다빈치에서 허블 망원경까지―375가지의 과학적 발견》은 바로 이 세기, 코페르니쿠스와 다빈치, 갈릴레오의 시대부터 20세기까지 지난 500년간의 과학의 역사 속에서 가려 뽑은 375가지 과학적 발견들을 연대순으로 알기 쉽게 풀어 놓고 있는 책이다. 1502년 250종의 광물의 색깔과 물리적 성질을 《스페쿨롬 라피둠》(우리말로 ‘돌의 귀감’이다)으로 집대성한 레오나르두스 카밀루스로부터 시작해 1998년 줄기세포 배양과 1999년 90억 광년이나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감마선 폭발의 관측(감마선이란 파장이 가장 짧고, 큰 에너지를 가진 전자기파를 말하는 것으로 이 폭발의 정체는 아직도 수수께끼의 연구 대상으로 남아 있다), 21세기 과학의 전망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현대 과학의 역사와 세세한 골격을 ‘과학적 발견’이라는 계기들을 통해 제시한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375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과학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발견자의 생애 혹은 시대적 맥락과 함께 서술되는 각각의 항목은 구체적인 해당 연도와 더불어 연대순으로 제시된다. 과학의 성장과 발전에서 이정표가 될 과학적 발견의 이러한 연대기적 구성을 통해 이 책은 일종의 과학 ‘연보’의 기능을 겸하고 있으며, 독자들은 자연과 우주의 질서 속에서 보편적인 법칙 혹은 현상으로 파악된 과학적 발견의 역사적 맥락을 이 책에서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각 항목 내에 별도의 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연도는 해당 발견과 관련된 참고 항목들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독자들은 하나의 과학적 발견이 동시대 혹은 후세에 끼친 영향과 심화 혹은 그에 대한 반론을 같이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과학적 탐구의 역사를 375가지의 이야기로 되살려놓은 이 책은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차례 혹은 찾아보기에서 당신이 궁금해하는 특정 주제 혹은 용어의 해당 항목을 찾아 읽거나 혹은 아무 곳이나 펼쳐 읽더라도 어느새 지난 500년간의 과학사를 종횡무진 탐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교과서 혹은 과학 전공서 속 한두 단락의 평가 혹은 몇 줄로 정식화된 공식 및 법칙 속에 숨겨진 과학적 탐구 활동의 도도한 흐름을 쫓는 이들의 여정에 훌륭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50여 컷에 이르는 도면, 곳곳에 별도의 글상자로 삽입된 과학자들의 생생한 육성, 잘 정리된 표 등의 부가적 요소들은 이 책에 실질적인 유용성을 더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