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안태연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의 작고 미술가를 발굴하는 조사 및 연구 활동을 진행해 왔다. 이번 저서 『강환섭, 생명과 우주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러한 활동의 결실이다. 강환섭은 총 30여 회의 국내외 개인전과 한국현대판화가협회전을 비롯한 다수의 단체전 등을 통하여 활발한 작품 발표를 하였고, 한국에서 판화라는 개념이 생소할 무렵인 1960년대부터 판화전을 다수 개최하는 등 한국 현대미술의 전개에서 분명한 발자취를 남겼으나, 1988년 대전으로 이주한 뒤부터 공개적인 활동을 줄였기에 지금은 생소한 작가로 인식되는 실정이다. 특히 생전 화집을 발간하지 못했다는 점은 대중적으로 강환섭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한국 현대미술의 전개에 분명한 발자취를 남긴 강환섭의 발자취를 재조명하고자 대대적인 조사와 연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유족과 개인 소장자, 생전에 인연을 맺었던 작가와 평론가 등으로부터 많은 협조를 얻어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강환섭의 작품 세계를 한 권의 화집으로 묶을 수 있게 되었다. 저자의 서론에 해당하는 「그리고 살아가기를 명한다, 강환섭의 예술」은 지금까지 강환섭이 미술사적으로 본격적인 재조명을 받지 못한 시대적 환경을 진단하면서 그의 작품 세계를 화집의 도판 구성과 마찬가지로 총 세 단계에 걸쳐 연대기 순으로 고찰한다. 이후 서론의 분석을 토대로 총 세 단계에 걸친 작품 250점이 원색 도판으로 소개되고, 부록에서는 강환섭이 생전에 작성 및 발표한 글과 기존에 발표된 평론이 재수록되어 소개되며, 저자가 작성한 수록작품 중 39점의 해제와 각종 아카이브를 수록한 연보도 함께 수록되어 강환섭의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 작가_ 강환섭
1927년 충청남도 연기(現 세종특별자치시)에서 태어났다. 1954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부설 중등교원양성소를 졸업하고 미술 교사로 생활하다 1960년 제9회 국전에서 입선하고 첫 개인전을 개최한 것을 계기로 전업 작가로 전향하였다. 이후 작품들이 주한미군을 비롯한 외국인들에게 좋은 평을 얻어 용산 미8군과 오산 미 공군기지, 부산 하야리야 기지 등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1962년 워싱턴의 더 판타지 갤러리와 계약해 미국 각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국내외에서 총 30여 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특히 1968년 한국현대판화협회의 창립에 참여하고, 1963년과 1979년 두 차례에 걸쳐 판화 10점을 엮은 오리지널 판화집을 발간하였으며, 월간지 『뿌리깊은나무』를 비롯한 여러 출판물에 판화로 삽화를 제작하는 등 한국의 1세대 판화가로 크게 활약했다. 1988년 대전으로 이주한 뒤에도 작업을 계속하다 2011년 작고하였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진천군립생거판화미술관, 학산도서관, 미국의 버밍엄 미술관, 미시간대학 미술관, 플로리다 대학 사무엘 P. 하른 미술관 등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