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욱의 시 세계는 ‘낯익은’과 ‘낯선’ 풍경의 ‘중간’에 놓여 있다. 시인의 독특한 시선이나 행위, 사색에 의해 생겨난 중간지대는 이쪽과 저쪽을 함께 아우르는 폭넓은 세계를 지향한다. 중간지대라 했지만, 그 세계는 공간의 개념보다는 시간(기억)과 삶의 가치, 시적 방향에 더 가깝다. ‘낯익은’ 풍경은 삶의 뒤쪽에, ‘낯선’ 풍경은 앞에 놓여 있는데 시인은 양쪽을 조망하는 자리에서 이상과 현실, 이성과 감성, 의식과 무의식, 삶과 죽음 등 다채롭고도 농밀한 시적 세계를 구축한다. 시인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자유로운 듯 자유롭지 않은 묘한 시적 태도를 견지한다. ‘자유로운 구속’이라는 말이 적합할 듯하다. ‘자유로움’은 사고의 새로움이나 거칠 것 없는 시적 표현, ‘구속’은 시간과 기억, 생존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역설의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한 개인의 삶의 무늬에서 파생된 바람, 강, 바다, 나무, 길, 문, 술, 소리 같은 시어를 수시로 만날 수 있다. 하나의 시어에는 그 시어가 가지는, 파생된 의미뿐 아니라 시인의 시각과 삶의 내력이 함축되어 있음은 당연하다. 여기서 감지되는 것이 ‘낭만’이라는 감성적 시어다.
-김정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