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 김광수 * 삼성서울병원장 박승우
*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유욱준 * 전 서울대 의과대학 학장 왕규창
* KAIST 총장 이광형 강력 추천
왜 지금 의사과학자인가?
대형 병원에서 한 명의 의사가 진료하는 외래 환자는 하루에 100명 이상, 면담 시간은 3분이 채 되지 않는다. 그 가운데 틈틈이 수술을 집도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환자뿐 아니라 의사가 만족하는 치료로 이어지기 힘들다. 결국 지금과 같은 의료 시스템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더 나은 미래를 그리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은 없을까.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벗어난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면역학자이자 임상 의사 즉 의사과학자인 드루 와이스먼에게 돌아갔다. 수많은 생명을 구한 mRNA 백신의 돌파구를 마련한 공로였고, 수십 년 된 연구 성과에 주로 상을 수여하던 기존 관행을 깨고 상당히 빠르게 인정받은 일은 노벨상 역사상으로도 이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20년 사이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이들 중 의사과학자가 14명에 달하는 등, 진료하고 수술하는 과학자이자 파이펫을 든 임상의사인 의사과학자가 융합형 인재의 상징으로 거듭나며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국제적 흐름과 더불어 우리나라 의료계의 현실에 대한 고찰이 이어지며 국내 주요 의과대학, 정부, 국회를 중심으로 의사과학자 육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의학계, 의대 진학생뿐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의료 시스템에 대한 대안 마련을 요구하기에 이르렀으며, KAIST와 포스텍은 공학과 의학, 두 영역에 전문성을 갖춘 의사과학자를 기르고자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즉 임상 의학에서 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이제는 바이오 의료 분야의 첨병 역할을 하는 의사과학자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최선의 치료를 찾는 의사와 환자를 위한 ‘유일한 의사과학자 안내서’
《과학하는 의사들》은 이러한 의사과학자의 치열한 연구 현장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다. 이들은 ‘의사’ 하면 떠오르는 고전적인 역할을 벗어나 환자를 진료하며 생긴 의문을 랩으로 가지고 간다. 환자의 조직, DNA 등을 분석해 질병의 원인을 찾고, 다시 수술실로 돌아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다. 그 뒤 임상 경험에서 비롯된 연구는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신약 개발의 기간을 앞당기며 새 시스템 구축에 계단을 놓게 된다.
현직 성균관 의대 삼성서울병원의 의사이자 중개 유전체 및 생명정보학 연구실(Translational Genomics and Bioinformatics Laboratory) 책임연구자인 강민용 교수는 국제학술지에 6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생명과학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동시에 대학병원의 임상의로서 최신 항암 치료 및 최소 침습 수술 분야 전문가로 매일 환자와 만난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문의를 취득한 뒤 병원에서 진료와 수술을 반복하던 중, 같은 약제를 사용했을 때 반응하지 않은 환자들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환자를 만나 생긴 질문을 간직하고,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초연구 병행의 의미를 늘 염두에 두었다. 결국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연구하는 의사들’을 만난 기억을 떠올리며 KAIST 의과학대학원으로 진학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의사과학자로 나섰다. 이렇게 전일제 이학박사 과정을 거쳐 M.D.-Ph.D 학위를 받은 국내 최초 비뇨의학과 전문의로서 거듭나게 되었고, 환자에서 비롯된 질문을 잊지 않기를 의사를 목표하는 이들에게 당부한다.
이 책에는 앎을 추구하는 의사과학자의 빈틈없는 생활과 연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실제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의 엑스선, CT 사진 등 60여 컷의 다양한 자료를 사례로 제시하고 꼼꼼하게 설명해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유익한 의학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여기에 하버드 의대 부속병원, 메이요클리닉 등 해외 유수 병원의 의사과학자와 중개연구의 성공적인 예, 국내 의사과학자의 활약상 및 우리나라 ‘빅5병원’의 변화까지 생생한 움직임이 더해진다. 활력 넘치는 현직 의사과학자가 환자와 의사를 위한 의학 시스템의 미래를 말한다.
과학자의 탐구열, 의사의 생명에 대한 열의가 빚어낸
의사과학자의 신념과 역할
우리는 왜 청진기와 파이펫을 동시에 드는 길을 선택했을까? 환자를 치료하고 수술할 뿐 아니라 세포를 배양하고 실험용 쥐를 기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유전자를 분석하고, 단백질을 정제하는 기초 실험에 긴 시간을 투자했을까? 파킨슨병을 앓던 환자가 다시 구두끈을 묶게 되고, 희귀 유전병을 앓던 아이가 삶의 가능성을 찾는 순간을 지켜보며 우리는 나름대로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_본문에서
우리나라 임상의사들의 실력은 전 세계에 손꼽힌다. 하지만 많은 외래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대형 병원의 시스템 안에서는 기계적인 문진만 반복되기에 환자들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 그리고 이곳에서만 의료 서비스를 받았던 우리는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음을 알기 어렵다. 이 책에서는 환자가 병원을 방문했을 때 소통하며 진단하는 방식, 단계별 암 치료 과정, DNA 분석, 면역 치료제 등 개인 맞춤형 치료의 도입 가능성 등을 임상의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공유하기 때문에, 내가 받는 의료 서비스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대입해보고 선택지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의사과학자의 역할이 긍정적으로 자리 잡았기에 이러한 사례를 통해 일반 독자에게도, 의사가 꿈인 학생에게도 다른 길을 보여줄 수 있다.
현재 의대 진학생의 1퍼센트만이 의사과학자로 세상에 나서고 있고 힘겹지만 희망을 가지고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진료 현장의 문제를 실감해 연구에 접목하고 그 성과를 다시 환자에게 적용하는 이들이, 병원과 연구실에서 일으키는 작지만 큰 변화는 결국 환자의 세상을, 우리의 내일을 바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