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누구의 잘못인가?
의사들은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다. 재정적으로 여유 있는 데다 존경받는 전문직 종사자로 인생의 여정에서 어느 단계에 있든지 간에 의사인 당신이 이미 이룬 것은 어디에서 봐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 모든 성공에도 많은 의사들이 행복해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을 이루었는데, 왜 그 여정의 끝에서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의사가 되려고 그토록 긴 시간을 일하고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건만, 이게 다란 말인가?’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은 오래 가지 않는다. ‘번아웃’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프로이덴버거는 번아웃에 대해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삶으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소진 상태”라고 했다. 그는 이 정의를 통해 번아웃의 원인은 지금 번아웃과 분투 중인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하는 억압적이고 파괴적인 환경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사들은 자율성을 갖고 스스로 결정해서 일하기를 원하지만,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방법이나 집에 가는 시간을 통제하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면 결국 정서적 소진으로 이어진다. 축구 경기, 배우자와의 데이트, 아이들의 발표회, 결혼식, 장례식을 놓친 의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행복하게 살려고 ‘사둔’ 삶을 감당할 여유가 없어 휴가나 휴식 시간을 갖지 못할 것 같다고 느끼는 의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번아웃된 의사가 환자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만 전자의무기록, 보험회사, 병원 규정, 병원관리자 때문에 못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의사들의 외부 여건을 바꾸면 번아웃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의료계에서 사람보다 이익을 중시하다 보니 의사의 50%가 동기를 완전히 상실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또한 우리는 하루 평균 1명의 의사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등 의료계에 우울증과 자살 발생률이 전에 없이 높아진 것을 목도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번아웃된 대다수 의사들이 주어진 진짜 문제(주어진 여건에 대한 그들 자신의 생각과 관점과 패러다임)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자율성과 소속감과 역량의 부족을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여건 탓으로 돌린다. 그래서 처음에는 파트타임 일자리로 옮기거나, 업무량을 줄이거나, 필요한 변화를 관리자에게 요청하는 등의 시도를 한다. 또는 이미 병원에서 주 60시간 이상을 일하면서도 직장을 옮기거나 부업을 시작하여 재정적인 자유를 얻으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번아웃된 다른 의사들도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에 동참했다고 한다. 일부는 의료계를 완전히 떠남으로써 마침내 삶의 통제권을 찾았고, 또 다른 일부는 추가 교육이나 연수를 통해 다른 분야로 이직할까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여건을 변화시켜서 새로운 환경에 있어도 6개월 안에 번아웃되는 일이 흔하다. 왜 그럴까? 저자는 번아웃된 의사들이 변화를 실행하기 전에 번아웃의 실제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꼭 필요한 ‘생각 다스리기’를 하지 않은 채 외부 여건만 바꾸는 건 질병 치료가 아니라 증상 치료에 해당하는 것이다.
의사에 의한, 의사를 위한 코칭을 통해 자기결정성을 높이고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
번아웃된 의사
● 개인적 자율성과 직업적 자율성이 늘 부족하다.
● 소속감과 연민의 상실로 인한 탈인격화를 겪는다.
● 성취감이나 역량 인식을 모두 다 상실했다.
자기결정성이 높은 의사
●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충분히 자율적이다.
● 자신의 팀과 이러한 공동체 안에서의 더 깊은 목적의식,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 있는 소속감을 가진다.
● 자신감이 넘치고 일에서도 마음껏 역량을 발휘한다.
저자는 의료 분야에서 자율성, 소속감, 역량을 경험하는 자기결정성이 높은 의사를 양성하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는 이 일이 제도적인 차원에서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다 같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의료 분야에서 의사의 번아웃을 일으키는 전반적이고 체계적인 요인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의료계의 지향점도 이윤을 우선시하는 모형에서 벗어나 이윤보다 사람의 가치를 우선하는 문화와 환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저자는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사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을 때 번아웃에 빠져 불안감과 우울감으로 삶의 균형을 잃었다. 약물이나 치료 등으로 조금은 도움이 되었지만 이런 것들로는 번아웃을 극복하지 못했다. 저자의 번아웃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은 바로 ‘코칭’에 대한 관점을 바꾼 것이었다. 저자의 방법은 단순히 ‘마음먹은 대로 하면 번아웃에서 빠져나올 것이다’라는 틀에 박힌 주장이 아니다. 영혼을 파괴하는 번아웃을 포함하여 인생의 문제를 다르게 바라볼 길을 찾게 해주는 것이다. 코칭은 의사가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자율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며 성취감 증가에도 도움을 준다. 코칭이 번아웃된 의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룹 코칭을 통해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소속감을 느끼고 더 깊은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의사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여건과 상황에 놓여 있거나 의료시스템이 당장에 바뀌지 않더라도 번아웃을 극복하고 자기결정성이 높은 의사로서의 길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바퀴에 연신 기름칠을 하면서 버티고 있는가? 사실 바퀴가 완전히 고장 나서 아예 소리가 안 날 때까지 무시하는 건 아닌가? 여기에는 보통 인간관계, 건강, 정신적인 웰빙이 포함되어 있다. 번아웃된 의사들은 똑같은 의료계 상황에 대해 “원래 그런 거야.” “늘 해왔던 방식이야.”라고 말하며 무기력감을 느낀 채로 가만히 있곤 한다. 이 책을 통해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나 생각의 주인이 되길 바란다. 당신의 가치는 어느 나쁜 날 하루 또는 어떤 나쁜 결정 하나보다 훨씬 크다. 지금 모습 그대로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