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영 시인의 시집 “빌렌도르프의 눈”은 시인의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이다. 한 시대를 어머니로, 아내로 최선을 다해 살다 간 한 여성이 시로 쓴 기록이다.
박옥영 시인은 7년 전, 시를 공부하고 싶다고 도서관에서 하는 “재미있는 시 쓰기”라는 박윤배 시인의 강좌를 찾는다. 60 중반의 여성인 그는 시 수업을 청강으로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시 쓰기는 시작되었고 아마도 쓴 시의 전부가 이 시집에 실려 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그는 시를 사랑했고 시인이 되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하루는 수업에 참석 못하게 되었는데, 저번 시간에 왜 공부를 안 오신 거냐는 물음에, 길을 건너려고 서 있는데,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손등에 앉았다고 한다. 왠지 그 새가 아픈 것 같아 수업을 빼먹고 새를 데리고 집으로 가서 물도 주고 먹이를 주어 다음날 날려 보내느라 시 수업을 참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눈이 얼마나 선해 보였으면 새도 선뜻 다가왔겠는가! 그런 그가 시집을 내겠다 한다. 해서 등단을 먼저 하시고 시집을 내라고 권유하였는데, 마침 응모한 시가 계간〈시인정신〉 신인상을 받게 된다. 그렇게 시집 원고를 받아놓고 축하한다며 함께 밥을 먹을 때까지도 그는 전혀 아픈 기색이 없었다. 단지 속이 메스껍다고는 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위암이라는 판정을 받는다. 그리고 수술 중 아마도 쇼크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일련의 이러한 과정에서 받아놓은 원고로 시집을 만들어 드린다. 시의 내용은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며 그가 일상의 사소한 사건과 사물들에게 얼마나 뜨거운 생명과 사랑을 불어넣으려 했는지, 이 한 권의 시집에 적나라하게, 고스란히 들어 있다.
이 시집은 그의 시십구재에 받쳐질 것이고 그는 이 시집을 들고 또 다른 세계로 건너갈 것이다. 그에게 시를 가르친 시인의 입장으로 그는 떠나고 없지만, 그의 시집을 세상에 내어놓기 위해 출판사 〈잉어등〉을 개업하고 출판 1호로 박옥영 시인의 시집 “빌렌도르프의 눈”을 출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