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소방 구급대원으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최악의 상황과 자주 접하곤 했다고 한다. 불의의 사고사나 안타까운 자연사, 놀라운 상황과 맞닥뜨린 자살 등 타인의 죽음은 나도 모르는 사이 내면의 상처로 남기도 하는데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누적된 외상은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발현된다고 말한다. 시인은 이러한 외상이 누적되지 않도록 문학을 통하여 이를 치유했다고 술회한다. 문학을 통한 치유는 창작 행위와 독서 행위를 포괄하는 것으로 외상 후 성장이라는 긍정적 심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외상 사건 경험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행되지 않고 심리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긍정적 심리학이다. 문학을 통한 외상 후 성장은 자기와 세상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대인관계의 변화가 생기며 삶에 대한 철학적⦁영적 변화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시인은 문학을 통해 독백이 아닌 ‘나’와 ‘나’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체험할 수 있었고, 이러한 시창작 활동은 외상 후 성장의 실례들인 것이다.
다음은 시집에 관하여 나눈 이어진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내용이다
⬕ 자연속에서 느끼는 감화와 자아의 내면에 내재한 상처 치유
내 주변에 산재한 사물의 상찬과 영향 관계가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자연의 강렬한 생명력을 빌어 자아의 상처(trauma)를 아물게 하고, 더 나아가 세상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외상 후 성장’을 꾀했다. 고정된 인식의 전환을 통하여 사물의 생명성을 불어넣고, 사람 사는 세상은 ‘사랑이 살린다’는 생동성을 담았다.
⬕ 초록을 통한 생명의 역동성과 내면 성장을 위한 글쓰기
줄기차게 뻗쳐오르는 자연의 ‘초록’을 통하여 생명의 역동성을 상찬하고, 이를 자아의 내면 성장을 이끄는 동력으로 환치했다. 우리가 부동성으로 인식하는 사물은 사실 우리와 끊임없이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유동성이 있다는 것을 관찰하였고, ‘타자를 사랑하기를 나와 같이 하라’는 옛말처럼 사람을 섬기자는 나직한 외침도 실었다. 이렇게 각각의 대별 되는 대상이 서로 조응하여 길항이 아닌 상승으로 이끄는 강렬한 힘을 시집의 대주제로 삼았다.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시는 문자 언어 시대 이후로 오랫동안 우리를 위로해 왔다. 어떤 방식으로든 시는 우리에게 치유를 돕고 상처를 아물게 한다. 따라서 작가는 독자와 교감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 힘이 있어야 한다. 시적 자아가 겪은 내면의 상처를 드러내고, 끊임없이 생동하는 자연의 생생한 느낌을 받아쓰면서 치유력을 얻었다. 생명이 없는 사물에 숨결을 불어 넣으면서 사랑만이 세상을 살린다는 나직한 외침을 시집에 채웠다. 보통 사람이 겪을 법한 상황을 어렵지 않게 전달하고 싶었는데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힐지 자못 궁금하다.
- 「저자와의 인터뷰」 중에서
슬픔을 통해 이루어낸 섬세한 자기 고백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심리적 고통을 이겨내고자 쉽게 망각과 쾌락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잠깐의 기쁨을 흉내 내려는 시도는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증이나 중독, 더 큰 우울에 빠져들 뿐이다. 마음의 상처를 경험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힘내, 다 잘될 거야, 같은 다짐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사실 정신의학적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감정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에 가깝다. 시인은 슬픔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가장 시적인 방법으로 정확히 슬퍼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간다. 그가 말하는 트라우마는 스스로를 찌르는 “가시”이며 자신을 가두는 “경계”이다. 뒤틀린 “축대”에서 문득 어긋나 버린 마음을 보고, “해진 혁대”는 어찌할 수 없었던 과거를 상기한다. 구체적인 이미지는 시의 화자를, 시를 읽은 독자를 슬프게 한다. 하지만 그런 슬픔을 통해 트라우마와 잔여물은 비로소 우리의 마음 안에 담담히 수용된다. 트라우마는 두 가지 길을 제시한다. 하나는 외상 후 스 트레스 장애이고 다른 하나는 외상 후 성장이다. 문학에 문외한인 내가 멋대로 해석하자면 여기의 시들은 트라우마 이후 슬픔의 과정을 거쳐 외상 후 성장을 이루어낸 이의 섬세한 자기 고백이다. 시를 읽은 독자 역시 얼마간 슬퍼지겠지만, 또 그만큼 성장할 것이다. 시인의 삶이 그러 했듯 말이다.
ㅡ 정희주 서울역 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의 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