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서 여름으로, 가을 지나 겨울
계절의 변화에 관한 넓고 깊은 사유
봄에서 여름으로 가을을 지나 겨울로 그리고 또다시 봄으로,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계절의 변화를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소강석 목사는 그러한 변화를 보며 자연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예민하게 포착하여 시로 옮겼다. 봄을 소재로 한 시에는 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꽃이 등장한다. 하지만 소강석 목사는 봄꽃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봄 1〉에서는 “눈앞의 꽃 지고 나면 세상 모든 꽃 다 진 줄 알았더니 일어나 눈을 들어보니 사방 천지가 다 꽃이었다”며 “눈 한 번만 돌리면 세상이 다 봄이다”라고 말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세상의 이치를 지는 꽃을 보며 떠올린 것이다.
여름 시에서는 여름밤의 별, 바닷가의 미소, 모래사장의 글씨, 계곡의 물소리, 푸른 대나무 숲, 서늘한 그늘 등이 시원한 여름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가을 시에서는 나뭇잎, 달빛, 하얀 구름, 들국화, 단풍과 낙엽 등이 고즈넉한 가을의 정서를 물씬 느끼게 한다. 겨울에 대한 시에는 은빛 가로등, 겨울나무, 눈 쌓인 가로수, 눈송이 행성 등이 등장한다. 시에서는 전형적인 계절의 풍경들이 마치 눈으로 보는 듯 선명하게 그려지는데, 소강석 목사는 그 아름다운 풍경 이상의 넓고 깊은 사유들을 감성적인 언어에 담아 시로 써 내려간다.
어느 겨울 오후
길을 잘못 들어 보게 된 꽃
냇가에서 홀로
고개 숙이고
물소리를 듣고 있던
다시는 볼 수 없는
그리운 꽃
그해 겨울날
차가운 바람 맞으며 서 있었던
이름도 묻지 못하고 헤어졌던
그 꽃.
- 〈겨울 3〉 전문
섬세한 관찰과 따뜻한 감성으로 빚은
자연에 대한 헌사
3부의 시는 소나기, 무지개를 소재로 한다. 모두 소리 없이 왔다가 금세 사라지는 것들이다. 무더운 여름날의 시원한 소나기와 그 이후 하늘에 수놓아진 무지개는 우리에게 기쁨과 탄성을 자아내게 하지만 이내 사라져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소나기를 맞으며, 무지개를 보며 떠오른 느낌을 시로 옮겨놓으면 시를 읽을 때마다 그 당시 감정과 생각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소나기 1〉에서는 “차창에 부딪혀 흘러내리는 소나기가 글씨를 쓰며 사라져간다”라며 “우리는 듣지 않아도 될 말들과 보지 않아도 될 눈빛들 속에서 얼마나 할 말을 하지 못하고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가”라고 소나기를 보며 느낀 소회를 시로 옮겼다.
4부에서는 등대와 별, 달과 가을 바다, 코스모스 등 사물과 자연에 대한 섬세한 관찰을 통해 따뜻한 감성으로 빚은 시들이 이어진다. 소강석 목사는 우리 주위에 너무나 당연하게 존재하여 무심히 지나쳐 버리는 것들에 대해서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감성적 시어들로 짜인 시들은 편안하게 읽히지만 그 행간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등대 1〉에서는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이다”라고 했고, 〈풍경〉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지금 두 눈으로 보고 있는 풍경이다”라고 말한다.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쓰인 소강석 목사의 시들은 우리에게 좀 더 깊이 있는 사유를 하게 한다.
한국의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새에덴교회(경기 용인 죽전)의 담임목사로서 교계의 방향성을 이끄는 소강석 목사의 시에는 하나님이나 예수님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어느 시에서도 ‘그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정호승 시인은 “소강석 목사님의 시에는 예수님의 온화한 목소리가 들린다”라고 했다. 사람과 자연,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사랑을 맑고 여린 감성으로 써 내려간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는 우리의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불현듯 은혜처럼 다가온 귀중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