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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독백

밤의 독백

  • 서경희
  • |
  • 문학정원
  • |
  • 2023-12-01 출간
  • |
  • 256페이지
  • |
  • 115 X 190mm
  • |
  • ISBN 979119810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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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김유정 신인문학상 수상 작가
등단작 이후 8년 만의 첫 단편 소설집

『밤의 독백』의 무대가 되는 장소들의 성격을 한번 짚고 넘어가야겠다. 「달의 마중」의 까뜨린느 아니, 진미(본명)의 가족은 임대 아파트에 산다. 「미루나무 등대」의 배경은 원전 재가동으로 인해 작은 사회가 완전히 분열된 시골 마을이다. 「가시 여인」의 윤희와 연인은 재건축 확정과 동시에 집을 나가는 조건으로 사람들이 한창 빠져나가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산다. 뒤잇는 「밤의 독백」의 무대가 되는 시 경계의 30년 된 문방구, 「검은 저수지」의 이름 모를 저수지 농촌까지. 소설에서 이 장소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가난, 소수자성, 폭력의 표지로 작동하며 배경을 뛰어넘어 인물들이 위치한 계급적 위치를 드러낸다.

그런데 서경희 소설에서 문제가 되는 점은 이 부조리가 창궐하는 장소에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령 「달의 마중」의 진미는 “더러운 임대 아파트에서 들려오는 백치 같은” 가족들의 “웃음 소리”를 혐오한다. 이미 계급적 열등감, 계급적 정체성에서 기인하는 불행을 깊이 체화한 진미에게는 웃음조차도 자기 존재와 어울리지 않는 옷이기 때문이다. 진미는 학비를 버느라 학업을 마치지 못했고, 영화를 찍을 돈이 없어 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만한 시나리오를 써내고도 남에게 팔아야만 한다. 설상가상 알바로 일하는 편의점의 사장은 번번이 성희롱을 일삼고 근로계약서도 써주지 않지만, 진미는 일자리가 없어 그만두지 못한다.

국가의 복지 시스템은 이 시궁창으로 내몰린 인물들을 끝까지 발견하지 못하고, 그들도 이 시궁창에 뒹구는 것 외의 다른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혹자는 이런 설정에 개연성이 없다고, 요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서경희 소설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세계를 일부러 들여다보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 어떨까? 우리가 속는 셈 치고 먼저 그런 세계가 어딘가 있다는 가설을 무작정 믿고 나서 다시 『밤의 독백』을 펼친다면? 독자들은 그때 비로소 신뢰와 연대가 무너지고 고립과 소외가 일상화된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어떤 일이 펼쳐지고 있는지 마주하게 된다. 어째서 우리는 이런 이중의 사전 작업을 통해야만 서경희 소설을 넘길 수 있을까?

오늘날 일상에서 쉬이 발견할 수 없는 부산물의 세계로
“명동의 뒷골목은 필름누아르의 한 장면 같았다.”

극도로 진행된 도시화와 대중소외문화의 확산, SNS의 발달로 인해 유무형의 모든 것이 상품 가치로 환원되는 이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중들은 끊임없이 매끈하고 세련된 연출부에 노출된다. 신상품은 맥락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쏟아져나오고 미디어와 SNS에 등장하는 타인들은 하나같이 모난 구석을 찾기 힘들다. 점점 우리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런 세계에 살고 있으리라 확신하게 된다.

하지만 탈것들이 매연을 배출하고 부유한 사람도 오물을 배설하듯 매끈함은 부산물을 발생시킨다. 그러니 강지은의 사망 사건에 연루되어 형사 앞에서 조사를 받는 「아름다운 연기」의 진숙은 물 흐르듯 빼어난 연기를 펼치면서도 자기 요실금을 제어하지 못하고 오줌을 지리는 것이다. 세상은 이런 부산물들을 우리 사회의 하류에 모두 밀어 넣어두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 상하수도 시스템은 “상자 속의 미인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미루나무 등대」)처럼 감쪽같이 부산물을 삼키기 때문에 구태여 상하수도를 따라가 보지 않으면 그 종착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임대 아파트, 명동의 뒷골목, 재건축 지역, 원전 마을, 농촌은 이런 부산물의 세계다.

「미루나무 등대」는 전국 대도시에 전력을 공급하는 원전 마을의 원주민들이 무엇을 대도시인들 대신 겪어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관광업으로 지탱되던 지역 경제는 완전히 무너졌고 주민들은 이주 대책을 둘러싸고 서로 반목한다. 그 안에 다문화 가정의 자녀 선희가 있다. 엄마는 원전 때문에 병을 얻었고, 결국 가정을 버리고 도시로 도망쳤다. 아빠는 일용직 노동으로 자신이 지붕을 얹은 원전이 아내를 병들게 했음을, 이 마을이 아내가 돌아올 만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 이주대책 위원회와 척진다. 어른들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고통받는 것은 선희다. 게다가 선희는 동네 사람들이 다문화 가정인 가족의 일을 속속들이 알고 자신을 배척하는 것이 고통스럽다. 또 유일하게 어울려준 친구 철진이 함께 접근이 금지된 해변에서 수영한 뒤 갑상선암에 걸린 탓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끝내 철진은 항암 치료를 받으러 마을을 떠나고 아빠도 엄마를 찾아 선희 곁을 떠난다. 그 순간에도 원전의 전기는 끊임없이 도시로 공급되고 있다.

타인의 죄를 대속하고
세상의 부조리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사람들

이런 부조리는 저주를 만들어낸다. 「레몬워터」의 아빠는 과거에 주인공 한빈이 어렸을 때 “상상도 못 할 큰돈을 날”려 현금을 쓸 때 액수를 계산하지 못하게 됐다. 엄마 말에 따르면 “한 사람은 평생 쓸 수 있는 돈이 정해져 있는데, 아빠는 젊어서 모조리 써버렸기 때문에 쓸 돈이 남아 있지 않”고 “죽을 때까지 돈 쓰지 말고 벌기만 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게 된 것이다. 아빠는 돈을 아무리 벌어도 주머니가 차지 않고 주머니가 차더라도 돈을 제대로 셀 수 없는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저주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밤의 독백』에서 이런 부조리들이 만들어내는 가장 큰 저주는 ‘죄책감’이다. 「미루나무 등대」의 선희의 엄마는 선희가 학교에서 따돌림받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와 날 낳았노?”라고 말한 날 집을 나간다. 친구인 철진은 자기 때문에 피폭되어 암에 걸렸다. 어린 주인공을 찾아온 모든 불행이 자신으로부터 기인한 것만 같다. 「밤의 독백」에서 루의 엄마는 아빠에게 맞고 살다가 도망친다. 하지만 결국 루를 데리러 돌아오게 되는데, 그때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아빠가 루를 쫓아오는 중에 신호가 바뀌지 않자 엄마는 서둘러 길을 건너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는다. 루는 평생 자신이 대신 길을 건넜어야 한다고 후회한다. 「길가에 서서」의 은수는 10년이 넘게 이어진 복직 투쟁으로 인해 연인부터 가족까지 주변 관계를 모조리 파탄 낸다. 엄마는 딸의 청춘이 투쟁으로 저무는 모습을 보며 마음을 썩이다가 유방암에 걸려 죽는다.

하지만 이들을 이런 상황으로 내몬 범인은 따로 있다. 선희의 엄마와 철진이가 병에 걸린 이유는 원전 때문이다. 루의 엄마가 사고를 당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엄마를 가출에 이르게 한 아빠의 폭력에 있다. 은수의 엄마가 유방암에 걸린 일도 복직 투쟁에 투신한 은수가 아니라 은수가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만든 사측에 책임 소지를 물어야 한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매끈함이 발생시키는 부산물을 받아내는 하류의 사람들처럼 타인의 죄를 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토록 폐쇄되고 불공정하고 세계를 통해 『밤의 독백』은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누구도 돌아보지 않았던 외진 자리에
자신만의 문법으로 건설한 대성당”
서경희라는 장르!

그곳이 높든 낮든 밝든 어둡든 삶이 모여 있다면 사회가 생긴다. 그리고 사회는 삶을 연결하고 서로 의존하게 함으로써 세계의 가능성을 열어젖히고 새로운 삶의 모델을 제시한다. 상부구조의 갈등 조율 시스템이 한 사회를 감싸지 못하는 곳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회는 결국 구성원들이 연대를 통해 인간다움의 보전을 모색한다.

「레몬워터」에서 수전노인 엄마는 베란다에 널어놓은 빨래가 헬스트레이너인 남자가 사는 윗집에서 떨어진 물로 젖은 일 때문에 한빈에게 남자로부터 이불값을 받아 오라는 무리한 요구를 한다. 한빈은 울며 겨자 먹기로 윗집에 올라갔다가 우연히 남자의 알몸을 보게 되고 이불값을 요구하기는커녕 남자를 피해 다니게 된다. 그러면서도 한빈은 병원에서 킬레이션이라는 혈액 정화 치료를 받으라는 권유를 지속해서 받는다. 하지만 실비보험을 들 돈도 없는 한빈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빈은 우연히 밖에서 마주친 남자로부터 집에 혼자 계신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돌봐달라는 뜻밖의 부탁을 받는다. 남자에게 빚을 진 한빈은 부탁을 들어주러 윗집으로 가서 깜짝 놀라고 만다. 할머니가 오물로 오염되고 부패한 것들이 집에 가득한 열악한 상태에서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한빈은 고개를 돌리기보다 윗집을 열심히 청소하고 할머니에게 필요한 의료 조치를 한다. 꼭 피를 정화하는 것처럼 윗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조리를 잠시나마 걷어낸다. 할머니가 그 순간 생을 놓은 것은 그녀가 생각해온 존엄한 죽음의 최소 조건이 한 번의 작은 연대로 인해 갖춰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연대의 가능성은 「밤의 독백」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앞서 얘기했듯 루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했고, 엄마를 안타깝게 잃었다. 또 집에 하숙하던 체육선생님 케이와의 사이에서 별을 낳고 동네 사람들로부터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며 손가락질 받는다. 케이는 루가 별을 키운 3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모녀를 떠나 있었다. 별이 이런 루를 곁에서 지키며 루와 연대하는 방식은 재연 놀이다. 루가 겪은 부조리한 일들을 역할을 나눠 되살리는 것이다. 그러면 루는 습관처럼 울음을 쏟아내며 안정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별이 루가 없을 때도 혼자 다역을 소화하며 루의 과거를 재연한다는 점이다. 별은 그런 방식으로 루의 아픔을 대신 감당하고 루를 더 깊이 이해하고 루의 곁을 더 잘 지킬 방법을 모색한다. 그것이 별이 루 삶의 부조리를 벗겨내고자 스스로에게 부여한 역할이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루지 별이 아니”다.

확실한 사실은 『밤의 독백』이 독자들에게 꽤 오랫동안 간지러운 상처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서경희 소설의 역할은 단순히 이 부조리의 자리를 되비추는 거울에 그치지 않는다. 거울은 한 지점에 빛을 모으기도 한다. 그리고 빛이 충분히 발화점까지 온도를 끌어올렸을 때 그곳은 타오르기 시작한다. 재는 소복하게 쌓여 다음에 자라날 생의 양분이 된다. 마치 새살이 돋듯이 삶은 끊임없이 솟아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밤의 독백』은 삶의 가장 척박한 자리에서 타오르는 중이다. 이 화염으로부터 고개를 돌릴지, 화염 속으로 손을 집어넣을지는 독자들이 선택할 일이다.

목차

달의 마중
레몬워터
미루나무 등대
가시 여인
밤의 독백
아름다운 연기
길가에 서서
검은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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