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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살을 나누어 먹었다

맛살을 나누어 먹었다

  • 정이재
  • |
  • 좋은땅
  • |
  • 2023-11-20 출간
  • |
  • 172페이지
  • |
  • 130 X 206 X 15mm / 384g
  • |
  • ISBN 979113882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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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시는 삶을 품고 있다
익숙함에서 발견한 새로운 세상

시인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했고 또 누군가는 사물에게 이름을 붙이는 사람이라고 했다. 정이재 시인은 여러 시인 중에서도 세상을 마주하는 시인일 것이다. 그는 개구리, 등에 같은 미물부터 장례식, 영혼, 내면, 고통 등 마주하는 것들을 시에 담았다. 어떤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어느새 익숙해지는 순간이 온다. 익숙해졌던 자극도 처음에는 낯설고 강렬했던 자극이란 걸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쉽게 잊히곤 한다. 익숙해진 것을 새롭게 인식하는 그의 시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감정을 느끼게 한다.

지렁이가 차에 치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있는가

그 일은 너무나 황홀한 일이다
인류의 집약 작품 중 하나인 자동차를 상대하기 위해
지렁이가 아주 잠시나마 몸을 튀어 올려
진리와 마주했다는 사실
퇴화된 감각기관을 통해 노려보는
그의 응축된 시선에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정해진 것은 없는」 중에서

뿌리째 흔들리는 지혜를 갖게 되기를 그리고 던져 버리기를 원했다는 시인의 말처럼 그의 시에는 개념을 뒤바꾸는 것들이 가득하다. 마치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세상을 거꾸로 보려는 시인의 시에서 독자는 어떤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겨울
횟집
물뱀
신을 죽인 탓
목련

해석
청/개구리
눈치 빠른 서커스단
엇갈린 삶
하얀색이 검은색으로 빠진다
진리
송악사에서의 추락사
등에
나의 죽음에 필요한 간단한 요건
여기 버려진 시가 있다
흘러내린 침을 욕하지 않는
간짜장의 유전자
고성의 시
아스팔트가 새를 만났을 때
사랑할 수 없었을까
맛살을 나누어 먹었다
Z 그리고 다시 A
순수
정해진 것은 없는
티베트의 고원
나방
제자리
젬병
어린 산양에게 보내는 편지
철새는 어느 계절을 가장 좋아할까
회색인
규탄을 늦게나마 알아챈
목사
상처에 소금을 뿌린다
고요한 낮의 제주
늙은 개의 아가미
침팬지
기러기를 사이에 둔 현상
논의
선장님 섬은 멀리 있나요
파안 시간
우연한 시인
바위야
이혼한 외계인과 퇴사한 귀신
열대 우림
자유 의지
비범

2부. 여름
너의 꿈
쇼펜하우어
남의 나라 인공위성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진다는데
서울

하루만 눈을 감지 말까 우리
거리에 핀 목련을 보고 울으셨다뇨
제철
유약한 봄
단막
옥상 살던 개의 흔적
바다와 육지
스님의 걸음 뒤에는 내가 있다
세 뼘
몽골


비늘
피치 못할 꿈
여름 병원
사람과 사랑
분홍
장마철 라디오
여름빛
여름 숲이 품은 자리에 피어난 푸르름
내가 악어라면 너에게 내 말이 닿을까
그래요
여름 방학
천사
같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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