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세계일보 세계문학상 대상, 제2회 KBS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추천우수상,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우수상 등을 수상한 조영주의 장편소설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펼쳐지는 진심 어린 바람과 도전의 향연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세계로 가는 방식부터 5층의 ‘그 여자’까지, 완벽한 정석이다.
작중 펼쳐지는 타임슬립의 변칙성도 “이래야 타임슬립!”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역시 아는 맛이 무섭다.
- 김동식, 『회색 인간』 작가
아파트 붕괴를 막으려 계속해서 이세계행 엘리베이터를 타는 아홉 살 소원
집에 엄마의 손님이 오면 아홉 살 소원은 아파트를 서성이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러다 만난 현우 형은 소원에게 ‘이세계행 엘리베이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에 타 4층, 2층, 6층, 2층, 10층, 5층, 10층을 순서대로 이동하면 이세계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소원은 기울어진 엘리베이터에서 아무 버튼이나 눌렀다가 과거로 가게 된다. 모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본래 세계로 돌아가려던 소원은 어쩐 일인지 이세계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엄마, 아빠와 행복한 삶을 살다 지진으로 아파트가 일순간 붕괴한다. 엄마, 아빠와의 행복한 삶을 되돌리고 싶은 소원은 이세계로 가 아파트 붕괴를 막으려고 마음먹는다. 이 바람은 소원을 이세계행 엘리베이터로 계속해서 이끈다.
소원은 본래 세계로 돌아가 엄마, 아빠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소원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세계로 가 아파트에 사는 다른 사람들의 가족이 된다. 아파트의 붕괴를 막으려 건축학과 교수가 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돈을 많이 벌어 아파트를 다 사들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소원은 죽지도 않고 누군가의 가족이 되어 거듭 살게 되는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왜 그렇게 된 것인지, 엄마, 아빠가 있는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리고 이임례를 만나 나름의 답을 구하기 위해 글을 쓴다. 시공간을 부수고 펼쳐지는 소원의 삶은 결국 어떻게든 살아내는 것이 인생이라는 구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내가 겪은 이세계들, 그것은 신이 준비한 수많은 시뮬레이션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바탕에는 시뮬레이션 우주론이 깔려 있다. ‘시뮬레이션 우주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가 사실은 거대한 시뮬레이션이라는 가설이다. 어쩌면 당신과 나, 이 우주 모두 시뮬레이션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공간의 의미는 사라진다. 인간 존재만이 남아 우주를 떠돌 뿐이다. 소설의 제목 ‘크로노토피아’는 ‘자유로운 시공간’을 뜻한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공간의 용도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집에 산다. 학교에 간다. 회사에 간다. 공원에 간다. 친구 집에 간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시뮬레이션이라면 인간은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이 소설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는 구원의 실체를 고민하며 나름의 답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