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대혼돈기 사쓰마 번과
막부 붕괴의 결정타가 된 국부 시마즈 히사미쓰의 여정
메이지 유신을 시기적으로 정확히 규정한다면, 1867년 천황의 왕정복고 이후 일본이 성취한 근대화, 민주화, 산업화라는 급속한 변혁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관심을 보이는 기간은 대체로 1853년 페리의 내항 이후 왕정복고 기간까지로, 변혁이 실제 일어난 기간은 아니다. 외세에 대응해 새로운 국가를 만들겠다는, 다시 말해 자신들은 결코 식민지가 되지 않겠다며 막말 모든 계층의 일본인들이 대외내적 모순과 갈등에 대응한 방법과 그 과정에 주목하였다. 메이지 유신의 성공에 기여한 최대 세력은 사쓰마 번이고 그 주인공은 당연히 사이고 다카모리와 오쿠보 도시미치이다. 두 사람의 업적을 놓고 우열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지만, 이 책에서는 메이지 유신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사이고의 역할을 제한한다. 이것은 ‘사이고 다카모리’라는 소영웅주의에 매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종 교과서에서 제시되고 있는 번벌 사관 혹은 삿초 사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누어지는데, 제1부는 시마즈가가 성립된 12세기부터 1862년 히사미쓰의 솔병상경 직전까지를 다룬다. 제1장과 제2장은 주로 일본사를 바탕으로 규슈 나아가 사쓰마 지방사라는 관점에서 페리 내항 전까지의 기간을 그 대상으로 한다. 제3장은 막말 최고의 제후라 일컫는 나리아키라의 일생을 통해 페리 내항 직후 사쓰마와 막부의 실상을 엿보며, 제4장에서는 나리아키라 사망 후 성충조라는 하급 무사 결사체가 등장하고, 이것이 히사미쓰의 권력 기반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조망한다. 한편, 제2부는 주로 1862년 히사미쓰의 솔병상경부터 1867년 왕정복고 쿠데타까지를 다룬다. 제5장과 제6장은 솔병상경 준비 과정부터 교토와 에도에서 조정 개혁과 막정 개혁에 성공적으로 개입하면서 종횡무진하는 히사미쓰의 활약상을 살펴본다. 이후 제7장에서는 조정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사쓰마와 정적 조슈 사이 쟁투를 살펴본다. 제8장과 제9장에서는 금문의 변, 참예회의, 4후회의 등을 주도하면서 막정 참여의 길을 도모하였지만 쇼군 요시노부의 정치력에 밀려 좌절하고는, 결국 도막으로 방향을 전향해 막부를 무너뜨리고 천황 주도의 신정부를 여는 과정에서 보여 준 히사미쓰의 판단력과 실행력에 초점을 맞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