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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

신월

  • 최정희
  • |
  • 전망
  • |
  • 2023-11-29 출간
  • |
  • 224페이지
  • |
  • 150 X 200 X 140mm
  • |
  • ISBN 9788979736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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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작품평]

「능소화 필 때」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다. 실버문학의 진수를 보는 듯했다. 과하지 않고, 모자람 없는 균형 잡힌 소설이었다.
-현진건문학상 추천작 심사평 중/백가흠(소설가)

이 소설이 다만 슬픔을 위해 쓰인 소설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속에 담긴 질문,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물음이 고아라는 출신과 안락사라는 결말, 그 배경으로서의 유럽의 역사들과 맞물려 독특한 공명을 이뤄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월新月 - 다시 환상을 꿈꾸다」 월평 중/임지훈(문학평론가)

이 작품에는 우리의 주목을 요구하는 미학이 있다. 그것은 화자가 유년 시절에 장대비와 함께 해변으로 밀려온 물결의 움직임을 소설의 상징적 구조로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주적인 자연의 움직임으로 천둥소리와 함께 해일처럼 밀려온 높은 파도가 화자 가문의 몰락을 가져온 불운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화자의 가정에 밀어닥친 불운을 막기 위해 준서 어머니가 행했던 것도 이러한 측면에서 중요한 상징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구름바다, 모래성」 월평 중/이태동(문학평론가)

최정희 소설은 이러한 ‘운명’에 대한 묵묵한 체념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때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서사적 결론에 다다르더라도 그것은 자신이 관계된 역사적 시공간을 무시한 결과가 아니라 그 한계 안에서 주인공들이 내린 자의적 판단을 ‘존중’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보인다. 이는 소설가로서 ‘운명’을 인과응보나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요소가 아닌, 사물들과 인간의 역사를 들여다보기 위한 중요한 소재처럼 느껴진다. ‘바위’가 운명적으로 단단해졌다거나, ‘새’가 운명적으로 날게 되었다는 결론적인 선언이 아니라, 왜 바위가 운명적으로 단단해졌는지, 새가 왜 운명적으로 날게 되었는지를 소설가 스스로 그 운명론적 얼개를 짜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소설들은 ‘운명’이라는 주제 의식으로 함께 묶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작품해설」 중/강희철(문학평론가)


[주요 작품]

매일매일 살아가야 하는 의무감에 가슴이 답답하다. 누군가 살아가는 이유를 나에게 명쾌하게 설명해 주었으면 좋으련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폐지를 끌고 다니는 노파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노파는 힘들게 손수레를 끌고 다니면서도 늘 능소화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노파의 모습을 떠올리니 갑자기 새벽공기처럼 기분이 상쾌해진다.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가 도로를 따라 무작정 걷는다. 그러다 어느 지점에서 무턱대고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나 자신을 의식하고는 깜짝 놀란다. 그 순간, 저쪽에서 짐수레를 끌고 오는 노파의 모습이 한눈에 잡힌다. 원인을 알 수 없으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스스로 주책이라며 자신을 책망한다. 노파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얼굴이 뜨거워진다. 마침내 나를 발견한 노파는 반갑게 웃는다. 나도 웃음으로 대한다. 끄는 것을 멈춘 노파는 오른손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내더니 상쾌한 어조로 말을 건넨다.
“아이고 어르신, 그렇지 않아도 기다렸어요. 접때 무슨 돈을.”
내가 노파의 말을 중간에서 가위로 종이 자르듯 싹둑 잘라버린다.
“그건 제 마음이니 그냥 받아두세요. 그리고 이걸 제가 한 번 끌어 볼 테니 할멈께서는 뒤에서 좀 밀어주오.”
“이를 어째? 이런 일은 어르신께서 하실 일이 아니지요.”
노파는 어쩔 줄 몰라 한다.
“내가 할 일이 없어 집에서 빈둥빈둥 놀다 보니 소화가 안 되어 운동 삼아 해보려 하니 너무 심려치 마오.”
나도 모르게 당황한 노파에게 용기 있게 내뱉는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노파는 고개를 숙이며 손잡이 아래로 빠져나와 손수레 뒤로 간다. 나는 손잡이를 단단히 잡고 손수레를 끌며 앞으로 나아간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노파의 집 앞에 당도해 걸음을 멈춘다. 노파는 가지 말고 잠깐만 기다려달라며 쪼르르 안쪽으로 뛰어간다. 노파가 분명 수표를 가져올 것이라 예상한 나는 얼른 집으로 돌아간다. 움직이고 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다. 밤에는 꿈조차 꾸지 않고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노파의 집으로 향한다. 마침 노파가 대문 밖으로 나오는 중이다. 나를 보자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잠깐만 기다리라 하고는 또 집으로 들어가려 한다. 나는 바로 노파의 손을 붙잡는다.
“자꾸 이러시면 정말 화낼 겁니다. 제 성의를 무시하는 거라고요. 저는 그 돈 없어도 사는 데 지장 없어요.”
나는 약간 정색을 하며 목소리 톤을 올린다.
“사람이란 자꾸 공것을 얻다 보면 또 뭔가를 바라게 되지요. 그리고 제가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밥을 굶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남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아요. 제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요.”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노파였다.
“남의 성의를 지나치게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요. 그에 관해서는 인제 그만 얘기하시고 지금부터 어떤 일을 하나요? 어제는 몸을 좀 움직였더니 소화가 잘되어 밤에 잠도 잘 오고, 몸도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오늘 하루만이라도 할멈 일을 도우며 같이 해볼까 해요.”
나는 일부러 노파의 말을 막으며 근엄한 어조로 말을 던진다.
“그럼 오늘 하루만 같이 하시는 겁니다. 우선 손수레에 꽉 찬 폐지를 인근에 있는 고물상으로 가져가야 해요.”
노파도 포기한 듯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의 말을 건넨다.
“그럼 제가 손수레를 끌게요.”
내 말에 노파는 웃음을 띠며 그러라고 한다. 뒤에서 노파가 밀고 나는 손수레를 끌며 앞으로 착착 나아간다. 별 힘도 들지 않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한 시간쯤 가고 있는데 길이 좀 가팔라지기 시작하더니 힘이 꽤 든다. 하지만 노파에게 내색하기 싫어 짐짓 모른 체하며 손수레를 힘껏 끈다. 땀이 나오고 숨이 가빠왔지만, 자존심에 말을 할 수가 없다. 속으로 끙끙대며 올라간다. 드디어 쓰러지기 직전에 간신히 고물상에 다다른다.
“힘들지요? 고맙습니다. 이걸로 땀 닦으세요.”
노파의 물음에 좀 힘들다며 말하고는 노파가 건네는 수건으로 이마에 땀을 훔쳐낸다. 노파가 고물상 주인에게 폐지를 달아 값을 치르는 동안, 나는 벤치에 앉아 몸을 식힌다. 계산을 끝낸 노파가 가까이 다가오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빈 손수레를 끌며 경사진 길을 내려간다. 내려오는 것도 힘을 주어야만 손수레가 굴러떨어지지 않고 적절한 균형이 유지되었다.
노파의 대문 앞에 도착하니 점심때였다. 누추하지만 집에 들어가셔서 식사하고 가시겠냐고 노파는 물었다. 오후에 약속 있는 걸 깜박했다며 정중히 거절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 너무 피곤해 거실에 큰대자로 드러누웠다. 쫑이 가까이 오는 것을 화내어 쫓아버린다. 온몸이 쑤시고 힘이 하나도 없다. 그렇게 힘든 일을 노파가 거뜬히 해내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밤에 자다 몸이 아파 끙끙거린다. 아침에 일어나니 온몸에 몽우리가 져 바늘로 찌르듯이 쑤셔댄다. 어제 어지간히 피곤해 끼니를 걸렀더니 배가 고프다. 용을 쓰며 간신히 몸을 일으킨다. 이 구차스러운 목숨을 연명하려면 뭐라도 요기는 해야 한다. 공연히 노파 앞에서 힘자랑하다가 몸이 말이 아니었다. 노파가 존경스럽다. 그런 일을 하며 남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가는 노파를 보니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능소화 필 때」 부분

목차

능소화 필 때
신월新月-다시 환상을 꿈꾸다
신월新月-다른 이야기
반짝이던 동전
바라춤
구름바다, 모래성

작품 해설
장소와 운명을 탐색하는 소설 쓰기/강희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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