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가 만나는 기괴한 캐릭터와,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세계를 보다!
“이걸 마시면 분명히 흥미로운 일이 벌어질 거야. …… 다시 몸이 커지면 좋을 것 같아.”
어린 시절 또는 성년이 되어서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았을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풍자와 언어유희, 상징과 비유, 기괴한 캐릭터 등이 교차되고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임에도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걸작이다. 또한 책뿐 아니라 판화와 조각, 애니메이션과 영화까지 다양한 매체의 예술가와 여러 분야에 마르지 않는 영감을 주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몸이나 물체 등이 왜곡되어 보이는 증상을 가리키는 ‘앨리스 증후군’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그만큼 이 이야기가 후대 사람들에게까지 얼마나 깊이 있고 창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증명한 셈이다.
이 책은 어린아이인 앨리스의 꿈속 이야기이지만 결코 유치하지 않고 거듭 읽을수록 짧은 말 한마디에도 여러 의미가 짙게 깔려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수학 강사로 일했던 19세기의 작가 루이스 캐럴이 한 아이를 즐겁게 해주려는 마음에서 쓴 이야기가 이토록 오랫동안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매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끊임없이 넘쳐나는 은유와 상징에서 촉발되는 문학적 상상력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와 함께 인간 사회와 서구 문화를 이해하는 희비극적 요소를 두루 갖추었기에 단순한 동화적 상상에 그치지 않고 성인 독자들에게도 호소력 있게 가닿는 게 아닐까 싶다.
언니와 나란히 강둑에 앉아 있던 앨리스는 어디선가 나타난, 주머니 달린 조끼를 입고 황급히 뛰어가는 흰 토끼를 쫓아 굴속으로 추락하면서 신비로운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천장이 낮고 기다란 복도에 도착한 앨리스는 작은 병에 든 것을 마신 뒤 자신의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흘린 눈물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신기한 동물과 새들을 만난다. 그리고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한 동물들 간의 소란스런 논쟁과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경주, 버섯에 앉아 담뱃대를 입에 문 채 모호한 말을 남긴 채 떠나버리는 애벌레, 앨리스에게 돼지 아기를 휙 던져버리는 공작부인과 공중에서 웃고 있는 체셔 고양이, 차를 마시며 수수께끼 놀이를 하는 모자 장수와 3월의 토끼, 크로켓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하트의 여왕, 춤을 추고 슬프게 노래하는 가짜 거북, 소란스런 법정과 최후 선고까지. 어쩌면 루이스 캐럴은 ‘앨리스’ 이야기를 통해 당시 산업혁명으로 강대국이 된 영국 사회의 어둡고 가식적인 이면을 보여주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언어유희와 은유적인 기법을 동원하여 상대를 조롱하거나 풍자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낸다.
문학적 상상의 마당에 예술적 상상력을 더하다!
시대를 뛰어넘은 명작의 가치를 배가시키는 ‘클래식 리이매진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다 보면 욕망과 감정으로 점철된 인간 군상을 들여다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들과도 연관 지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남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처형을 명령하는 하트의 여왕에게서는 독단적이고 권력을 제멋대로 남용하는 행태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자기가 달리고 싶을 때 달리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추는 코커스 경주에서는 무원칙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상황으로 이어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모든 행동에는 교훈이 있다고 말하는 공작부인에 대해 코웃음을 치는 앨리스의 모습은 구태의연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것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 외에도 다면적인 캐릭터들과 앨리스의 대화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같은 말인데도 그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 살아가면서 우리가 수시로 부딪히는 여러 상황과 대비해볼 수 있는 장면이 적지 않다. 3월의 토끼와 친구들은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식사를 함께하고, 아기 돼지는 공작부인의 무릎 위에서 재채기를 하며 울어대고, 요리사는 불에서 가마솥을 내리더니 자기 손이 닿는 접시와 그릇을 공작부인과 아기를 향해 내던진다. 전설의 동물 그리핀이 내지르는 비명 소리, 도마뱀이 석판에 끽끽 글씨를 쓰는 소리, 제압당한 기니피그가 숨 막혀 하는 소리가 우울한 가짜 거북의 흐느낌 소리와 뒤섞여 들려온다. 물론 루이스 캐럴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써나갔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앨리스’는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각별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소소의책에서 이번에 펴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앞서 출간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와 함께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로 기획되었으며, 원문 그대로의 고전소설을 다시 상상하기 위한 컬렉터용 에디션이다. 아트디렉터이자 삽화가, 그래픽 디자이너, 유명 광고 에이전시의 수석 아트디렉터로 일하는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 중인 안드레아 다퀴노의 콜라주 기법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이미지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환상적인 전개에 예술적 상상력이라는 날개를 달아준다. 이 책을 통해 ‘앨리스’와 ‘이상한 나라’를 ‘읽는’ 재미와 ‘보는’ 즐거움을 함께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