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 우리에게 ‘조선’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보통 양반이나 선비의 모습이다. 그러나 조선에는 양반과 선비뿐만 아니라 상인이나 농민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았다. 그러니까 조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양반들의 삶뿐만 아니라, 상인과 농민들의 삶도 함께 바라봐야만 한다. 그런데 실록이나, 승정원일기처럼 국가 기록에서는 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행히도 개인의 일기나 서간집 등 다양한 사적 기록이 발굴됨에 따라 우리는 이들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일기나 서간집을 남긴 사람들이 주로 식자층에 속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한계는 있지만, 상인이 남긴 일기도 있는가 하면, 마을 사람들이 남긴 마을의 이야기도 있어 그동안 알기 어려웠던 주변의 삶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통생활사총서는 이처럼 조선의 변두리를 살아간 사람들의 일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들을 따라서 읽어 나가다 보면 우리가 몰랐던 조선 사람들의 삶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도성 주위에 그어진 투명한 경계선,
경계 바깥에서 살아간 사람들에게 주목하다
바야흐로 많은 사람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한강을 즐겨 찾는다. 즐비하게 들어선 고층 건물들과 인파로 붐비는 한강. 언제부터 이 공간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을까? 한강 주변은 조선 후기부터 본격적으로 거주 및 생활공간으로 변모했다. 도성 사대문 안으로 인구가 몰려 거주할 수 있는 땅이 부족했고, 자연스럽게 도성 바깥에 집들이 들어서면서 마을을 이루는 곳이 많아졌다. 한강 주변은 도성 밖의 주요 지역이었고, 조선시대의 한강은 전국 군현에서 거둔 세곡과 군량미가 수송되고 집결되는 거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군사들의 열병식 및 훈련 장소로도 이용되었고, 가뭄이 극심할 때 기우제를 지내는 장소이기도 했다. 한강의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는 주민에게 한강 주변은 생업의 공간이었고, 많은 사람에게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는 유람과 관광의 명소였다.
조선시대 서울 사람들은 도성 안의 사람들을 ‘경민’, 도성 밖 성 밑 사람들을 ‘성저민’, 한강 주변 사람들을 ‘강민’으로 구분했다. 강민은 한강의 주요 구성원이었으며, 지역 경제 활동의 동력원이었다. 그러나 도시와 비도시적 삶의 경계로 인해 도성 안 사람들과 구별되는 경향이 있었고, 도성 안 사람들과 경쟁하고 대립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토록 한강 지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했던 강민에 대해서는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다. 『조선의 한강, 그 곁 사람들』에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시대 도성 밖 사람의 주요 구성원이면서 도성 안 사람과 구별되는 강민의 존재와 생활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조선시대 한강의 기능과 도성 바깥에서 살아간 강민들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