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 우리에게 ‘조선’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보통 양반이나 선비의 모습이다. 그러나 조선에는 양반과 선비뿐만 아니라 상인이나 농민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았다. 그러니까 조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양반들의 삶뿐만 아니라, 상인과 농민들의 삶도 함께 바라봐야만 한다. 그런데 실록이나, 승정원일기처럼 국가 기록에서는 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행히도 개인의 일기나 서간집 등 다양한 사적 기록이 발굴됨에 따라 우리는 이들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일기나 서간집을 남긴 사람들이 주로 식자층에 속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한계는 있지만, 상인이 남긴 일기도 있는가 하면, 마을 사람들이 남긴 마을의 이야기도 있어 그동안 알기 어려웠던 주변의 삶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통생활사총서는 이처럼 조선의 변두리를 살아간 사람들의 일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들을 따라서 읽어 나가다 보면 우리가 몰랐던 조선 사람들의 삶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양반의 일기로 들여다보는
조선 고위 관직자의 경제생활
조선시대 양반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우리는 흔히 양반들이 세상사에 어둡고, 지식인일수록 청렴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양반들도 경제 활동의 주체이자 생활인이었다. 조선시대는 토지나 노비 이외에 별다른 생산 기반이 없는 사회였기 때문에,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들도 나름의 경제관념이나 경제 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즉 조선시대는 경제적 기반이 안정적으로 지탱해 주어야만 양반들이 자신의 관직을 바로 유지할 수 있었던 사회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유희춘의 『미암일기』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고위 관직자의 경제생활 방식에 주목한다. 『미암일기』는 『선조실록』을 편찬하는 기초자료로도 활용되었고, 중앙의 고위직을 역임한 관직자의 일기로 가장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기에 그 사료적 가치가 높이 평가된다. 『미암일기』를 기록한 유희춘은 호남에 근거를 둔 학자형 관직자이자, 재출사한 이후 고위의 청요직을 역임한 당대 최고의 양반 관료이다. 당대를 대표하는 성리학자, 청렴하고 세상 물정에 매우 어두운 인물로 인식되었던 유희춘의 『미암일기』를 들여다 봄으로써, 생산 기반이 없던 전통 시대에 양반들이 어떤 방식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