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살았을까? 우리에게 ‘조선’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보통 양반이나 선비의 모습이다. 그러나 조선에는 양반과 선비뿐만 아니라 상인이나 농민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았다. 그러니까 조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양반들의 삶뿐만 아니라, 상인과 농민들의 삶도 함께 바라봐야만 한다. 그런데 실록이나, 승정원일기처럼 국가 기록에서는 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행히도 개인의 일기나 서간집 등 다양한 사적 기록이 발굴됨에 따라 우리는 이들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일기나 서간집을 남긴 사람들이 주로 식자층에 속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한계는 있지만, 상인이 남긴 일기도 있는가 하면, 마을 사람들이 남긴 마을의 이야기도 있어 그동안 알기 어려웠던 주변의 삶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통생활사총서는 이처럼 조선의 변두리를 살아간 사람들의 일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들을 따라서 읽어 나가다 보면 우리가 몰랐던 조선 사람들의 삶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선 여성의 능동적 삶과 애환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담아내다
지조와 절개의 나라이자 예의와 예절의 나라 조선, 이를 뒤집어 보면 많은 여성의 삶의 애환과 슬픔이 억눌려 있기도 하다. 사회가 부과하는 많은 억압, 그리고 지조와 절개라는 명분으로 조선 여성의 능동적인 삶이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가 부과하는 삶에 따라 여성들은 그저 고분고분하고 수동적인 삶을 살았으리라 생각하게 되지만 본 책이 소개하는 주인공 ‘유씨 부인’은 수동적으로 주어진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능동성을 발견하는 적극적인 여성상이라고 할 만하다.
유씨 부인이 자신의 삶의 환경을 타파하고 개혁을 통해 신분적인 한계를 돌파하는 등의 일을 벌인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의 많은 자료가 남성의 활동을 중심하여 서술될 뿐 아니라 결과론적으로 ‘가정을 일으켰다’는 등의 서사가 등장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여성의 활동을 중심으로 하되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의 능동성이다. 과거시험에 매진하는 남편을 대신하여 가정의 종부로서 살림을 일으킬 뿐 아니라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노비를 부리고, 친인척을 포함한 다종다양한 대외 관계들을 유지하고, 재난과 흉년을 대비하며, 농업과 생산을 관리하는 등 현대로 말하자면 매우 뛰어난 CEO로서의 면모를 과감하게 보인다. 흔히 소극적이기만 할 것으로 예상하는 조선의 여성상을 뒤집어 보다 입체적으로 조선의 양반 여성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저자의 직접적인 연구와 분석을 토대로 이루어져 생활사 총서가 의도하는 대로 조선 양반 여성의 삶의 구체적인 면면을 살필 수 있음은 물론, 크고 작은 에피소드부터 삶의 애환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재미의 요소, 그리고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까지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