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간 수천 명의 아이들을 진단하고 치료해 온
소아과 전문 행동 치료사의 특급 처방
“놀기만 잘해도 아이는 스스로 성장합니다”
다음 항목 중에서 우리 아이에게 해당하는 증상이 있는지 한번 체크해 보자.
□ 목소리와 행동이 크고 충동적이다.
□ 무슨 일이든 자기 마음대로 한다.
□ 쉽게 싫증 내고, 짜증을 부린다.
□ 부주의하고 뭉그적거리며 딴청을 피운다.
□ 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어떤가? 위 항목 중 2가지 이상에 체크했다면, 지금 당장 아이의 8가지 감각 시스템을 점검해 봐야 한다. 어떤 일을 실행하고, 완수하고, 성취하는 어른으로 성장하려면 자기 자신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하는데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8가지 감각이기 때문이다.
소아과 전문 행동 치료사이자 이 책 《스크린 육아에서 벗어나는 8감 발달 놀이(Play 2 Progress)》의 저자 앨리 티크틴(Allie Ticktin) 박사는 10여 년의 연구 끝에 인간의 5감을 비롯해 정보를 수집하고 입력하고 처리하는 데 관여하는 전정 감각, 고유 수용성 감각, 내수용 감각이 아이의 두뇌, 신체, 정서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정 감각은 아이에게 해야 하는 일, 하기 싫은 일에도 집중할 수 있게 움직임을 조절하고, 고유 수용성 감각은 흥분한 마음을 진정시켜 학교 수업이나 기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며, 내수용 감각은 배가 고픈지, 화장실에 가야 하는지 등 몸의 상태를 스스로 체크해 민감도를 조절하도록 돕는다. 결과적으로 이 3가지 감각이 아이의 학교생활, 교우 관계, 학습 성취도와 관련 깊다.
그럼 이 감각들을 발달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놀이’를 제안한다. 미국의 유명 놀이센터 ‘플레이 투 프로그레스(Play 2 Progress)’ 운영자이기도 한 티크틴 박사는 8가지 감각 중 특히 전정 감각, 고유 수용성 감각, 내수용 감각의 발달을 강조한다. 수십 년 동안 교육 현장에서 길어 올린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감각별 전문가들과 함께 개발한 96가지 놀이를 이 책에서 소개한다. 이를테면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의 전정 감각을 훈련하는 ‘스쿠터 보드 하키’, 툭하면 생떼를 부리는 아이의 고유 수용성 감각을 조절하는 ‘빨래 이어달리기’, 배변 훈련이 힘든 아이의 내수용 감각을 발달시키는 ‘반짝이 병’ 등 가정에서 부모와 아이가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놀이법을 하나씩 실천하기만 해도, 자기조절능력을 완성시키는 8가지 감각을 쉽고 재미있게 발달시킬 수 있다.
스크린 육아에서 벗어나는 96가지 활동 수업
“하루 15분이면 아이의 두뇌, 신체, 정서 발달을 도울 수 있다”
잭의 엄마 라일라는 빨래를 마치는 대로 일을 해야 한다. 마쳐야 할 프로젝트가 있다. 최근 잭의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알파벳을 잘 읽지 못한다는 피드백을 받아서, 하루 날을 잡고 잭에게 글자를 알려주어야겠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도무지 시간이 나지 않는다. 라일라는 잭과 함께 알파벳을 공부하는 대신, 아이패드에 글자를 알려주는 앱을 다운받아 옆자리에 앉은 잭에게 건네고선 자기 업무를 시작한다. _본문 중에서
마감이 촉박한 업무, 미뤄둔 집안일, 저녁 식사 준비까지. 퇴근 후 부모가 이 모든 일을 처리하려면 아이들이 얌전히 기다려줘야 한다. 자녀들의 스크린 타임을 줄여야 한다는 걸 모르는 부모는 없지만, 소란한 일상에서 아이들을 잠시나마 차분히 진정시키고 한자리에 가만히 있게 해주는 데 스마트 기기만 한 게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에 자녀들을 맡겨두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스크린을 보는 동안 아이의 감각 시스템이 활동을 멈추면서 두뇌, 신체,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럼, 알파벳을 배워야 하는 잭의 경우 어떤 놀이로 감각을 발달시킬 수 있을까? 저자는 시각, 촉각, 소근육을 훈련하는 ‘아이스크림 막대기 글씨’ 놀이를 제안한다. 아이가 연필을 잡기 전 조작을 통해 글자를 만드는 활동으로, 놀이 장소는 집 안 거실이나 아이 방 등 어디든 좋다. 준비물 또한 아이스크림 막대기, 풀, 종이, 물감이면 충분하다. 부모가 종이 위에 아이 이름을 적어주면 그 위에 아이가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붙인다. 활동 시간은 15~20분 정도로, 이때 타이머를 사용해 정해진 시간 안에 할 일을 끝내도록 한다면 아이의 계획 및 실행능력 또한 자극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쉽고 재밌는 놀이법을 다채롭게 소개한다. 1장에서는 8가지 감각이 3~8세 아이들에게 왜 필요하며, 각 감각이 아이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2~9장에서는 전정 감각부터 내수용 감각까지 감각별로 아이의 발달 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사례와 함께 부족한 기능을 키우는 놀이법을 다룬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의 전정 감각을 훈련하는 ‘자루 입고 구르기 경주’ 같은 고전적인 놀이부터 생떼를 부리는 아이의 고유 수용성 감각을 성장시키는 ‘핫도그 놀이’, 자주 다치는 아이의 촉각을 숙련시키는 ‘채소 핑거페인트’, 손-눈 협응이 어려운 아이의 시각을 발달시키는 ‘나비 맞추기’, 편식하는 아이의 미각을 자극하는 ‘태연한 레몬’, 특정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의 후각을 조절하는 ‘향기로운 쌀통’, 언제나 큰 소리로 말하는 아이의 청각을 진정시키는 ‘뮤직박스 찾기’, 배변 훈련이 힘든 아이의 내수용 감각을 자극하는 ‘반짝이 병’ 등 손쉽게 따라 해볼 수 있는 놀이법이 가득하다. 이 외에도 요즘 부모들의 최대 고민인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의 실행 기능을 훈련하는 ‘바닥은 용암 지대’, ‘무서운 거미줄’과 같이 훈련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놀이법(10장)은 물론, 물건을 쥐거나 버튼을 누르는 활동을 어려워하는 아이의 소근육을 키우는 ‘달걀판 색깔 맞추기’, ‘수세미 도장’과 같은 간단한 놀이법(11장)도 알려준다.
‘육아는 템빨’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저자의 오랜 연구에 따르면, 유아 시절 점퍼루로 걷기를 배운 아이와 매트 위를 엉금엉금 기어 다니며 여러 감각(촉각, 후각, 전정 감각, 내수용 감각)을 활용해 걷기를 배운 아이는, 두뇌, 신체, 정서 발달에서 매우 큰 차이가 있었다. 가정용 놀이기구나 자동 장난감이 아이의 다양한 감각들을 오히려 무디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8감 발달 놀이’의 중요성에 관해 열변을 토하는 이유이며, 동시에 우리 부모들이 그동안 몰라서 놓치고 있었던 감각들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