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해진 동물들이 보여주는 포용과 화해의 메시지
《동물 공화국》은 자칫 어려운 정치 사회 이야기 같지만, 잘 들여다보면 권력자와 평범함 이들 모두의 속내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방갈로르와 동물들뿐만 아니라 실비오와 친위대가 왜 이런 말을 할까? 이런 행동의 의미는 무엇일까? 궁금해하고 고민하다 보면, 그들의 모습 안에서 우리의 모습 또한 겹쳐 보인다.
3권에서는 방갈로르와 동물들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폭력 사태 앞에서 좌절한 동물들은 자신들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토론을 통해서 해결점을 찾는다. 한층 더 단단해진 이들은 친위대의 입장까지도 고려한다. 친위대는 실비오의 명령에 따라 동물들을 억압하지만, 사실은 그들 역시 실비오의 손 아래 놓여 있는 처지인 것이다. 그리고 방갈로르와 동물들은 친위대를 골짜기로 유인한 뒤, 머리 위로 저항의 상징인 마르게리트 꽃을 날리면서 화해의 메시지를 전한다. 폭력을 폭력으로 맞서지 않고 포용과 화해로 받아들이겠다는, 성숙한 마음이다.
동물들의 이런 변화에 독재자 실비오는 더욱더 악랄해진다. 1호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던 2호를 새로운 1호로 임명하고 측근으로 만든 뒤 물물교환의 비밀을 알려준다. 또한 친위대를 늑대 경비대로 배치해서, 순찰을 돌게 하고 감시하여 공포 분위기를 이어간다. 불투명한 공포 정치에도 동물들의 저항 운동에 변화가 없자, 몇몇을 감옥에 가두고 온갖 말로 회유하기도 한다. 그럴듯한 말들과 힘의 우위로 동물들을 농락하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득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파노라마처럼 펼치지는 성 안의 모습들!
작품 속에 빠져드는 몰입의 즐거움!
서사도 탄탄하지만, 빼어난 그림은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겨울에서 가을까지 변화하는 계절을 배경으로 성안 곳곳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차가운 겨울, 방갈로르와 동물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하기도 하고 갈팡질팡한다.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하듯, 실패와 분열을 견뎌야 한다. 다시금 하나가 되어 헛간에 모여 토론하는 방갈로르와 동물들은 모닥불 앞에 모여 있다. 따뜻한 모닥불의 온기가 앞으로의 상황을 희망적으로 표현하는 듯하다.
새싹이 돋는 봄에는 새롭게 나아갈 길을 찾고 친위대까지 포용하려는 마음을 품는다. 이른 봄의 따뜻한 풍광, 흩날리는 마르게리트 꽃잎은 희망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긴 여름에는 동물들과 친위대의 대립이 드러난다. 여름 햇살 속 텅 빈 들판의 모습은, 숨 막히는 더위처럼 긴장감을 드러낸다. 또한 어두운 감옥 장면에서는 어둡고 깊은 그림자를 보여주어, 동물들이 얼마나 힘겨운 상황에 빠져 있는지를 잘 드러낸다.
《동물 공화국》 시리즈는 잘 연출된 만화로, 읽을수록 몰입하게 되는 작품이다. 3권을 읽고 나면 마지막으로 남은 4권이 더욱 기대되고 궁금해진다.
주요 등장인물 소개
방갈로르 홀로 새끼를 키우는 암고양이. 싱글맘. 1호를 죽음으로 이끈 폭력 사태를 보고 좌절을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저항의 중심에 선다.
세자르 인기 있는 점쟁이. 방갈로르의 친구이자 조언자. 유쾌한 유머를 통해 저항 운동에 활력을 가져온다.
아젤라르 떠돌이 생쥐. 방갈로르와 동물들의 정신적 지도자
실비오 대통령. 독재자이지만 겉으로는 늘 동물들을 위하는 척 위선을 떤다.
새로운 1호 학수고대한 1호가 되어 자만심이 가득하다. 때때로 상황을 뒤늦게 파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