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온통 지뢰밭!
각종 사회문제와 맞서 싸우며, 이야기로 헤쳐 나가다
‘콩트’란 단편소설보다도 짧은 서사 양식으로, 그만큼 창작자에게 주제적으로나 이야기적으로나 ‘더 멋진 압축’을 요구한다. 그래서일까. 예로부터 콩트는 당대의 사회나 정치를 풍자하는 장르로 차용되곤 했다. 이종열 저자의 《덤벼라 조폭》도 같은 맥락에 위치한다. 총 10편의 콩트는 현시대의 여러 사회문제를 이야기적으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불황 속에 있는 자영업자의 애환을 약육강식의 세계가 함축된 다큐멘터리로 표현한 〈표범과 사슴 그리고 봉구〉, 가난과 가족의 해체 그리고 재화합을 정교한 서사로 펼쳐 낸 〈가출〉, 법에 의한 권선징악을 재치 있는 상황으로 그린 표제작 〈덤벼라 조폭〉까지, 현 사회의 정황을 잘 꼬집은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나아가, 꾸며진 외모를 전시하는 데 치중된 현 사회를 비판하고 있는 〈일장춘몽〉, 영화 〈올드보이〉를 오마주하여 학교폭력에 대한 복수를 가해자의 용서 없이 시원하게 풀어 낸 〈용역회사 올드보이〉, 세월호 이후 남은 자들이 서로를 위하며 다시 나아갈 수 있음을 감동적으로 그린 〈봉임이〉까지. 강렬한 메시지와 다채로운 서사, 그리고 깊이 있는 정서가 한데 버무려진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간이 훼손되고 있는 자연의 문제점을 현 시대 버전의 ‘별주부전’으로 펼친 〈신 별주부전〉, 가상 인간이 대선에 출마하여 연설하는 상황의 서간체 콩트 〈가상 인간 대선 출마하다〉 등 독특한 소재와 상상력이 발휘된 작품들도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고 열 작품의 모든 메시지들이 회의적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덤벼라 조폭〉에서 주인공이 “죽기로 싸우면 살 것이고, 살기로 싸우면 죽을 것”(42페이지)이라는 의지로 고난을 헤친 것처럼 때로는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야속한 세상이지만, 선한 사람들이 서로를 위하는 마음과 악에 지지 않을 의지로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더 나은 세상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곳곳에 스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