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는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을 먹었습니다. 세상 어디를 가든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은 삶의 위로이자 기쁨입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음식을 평생 먹을 수는 없습니다. 나이가 들면 독립해야 하고 각자 삶의 자리에서 음식을 해결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저도 유학을 떠났을 때 기숙사에서 주는 음식도 있었지만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가끔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이 그리울 때가 많았습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해주셨던 음식의 재료와 레시피를 전해 듣고 음식을 만들어 먹곤 했습니다. 그렇게 나만의 김치찌개, 감자볶음, 나물무침을 해가며 익숙하게 되었습니다. 그 방법이 몸에 익으니, 지금은 저만의 레시피로 음식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살아 계실 때 제자들에게 당신의 목소리로 말씀을 풀어 주셨습니다. 제자들도 처음에는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주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고, 승천하신 뒤, 제자들은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신앙의 맛을 내게 되었습니다. 그 신앙의 맛을 오늘날 신앙생활 하는 우리들도 미사를 통해, 기도를 통해, 말씀을 통해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말씀을 듣고 묵상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복음 묵상이 밥을 짓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복음이라는 재료를 주셨고, 그 안에 우리 영적 입맛에 맞는 레시피를 숨겨놓으셨습니다. 그것들을 찾아서 복음으로 밥을 짓다 보니 맛있는 복음밥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묵상서는 여러분들도 말씀을 듣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말씀을 묵상하고, 실천할 수 있게 돕는 영적 요리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책을 활용하시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매일 미사에 담겨 있는 말씀을 읽어보십시오. 그리고 이 책 안에서 제가 먼저 만들어 놓은 복음밥을 맛보십시오. 마지막으로 다시 매일미사로 돌아가 읽어보며 ‘나만의 재료’와 ‘레시피’를 마지막 부분에 준비된 란에 써보시고, 복음의 맛을 더할 ‘신앙의 고명’을 얹어 음미하신 뒤에 ‘나만의 복음밥’을 지어보시길 바라봅니다.
매일미사 책과 함께 가지고 다니시며 각자 머무시는 곳에 복음으로 밥을 짓는 은총의 향기가 가득하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프롤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