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엉엉 울어도 괜찮다는 말-
변희수 시인의 동시집에서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그의 작품들이 상투적이고 정형화된 동시 문법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이 우리 동시계에 새로운 자극과 활력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기소개서를 썼다
딸기는 달콤함이
사과는 새콤함이
수박은 시원함이
특징이라고 썼다
토마토는 닝닝밍밍 하다고 썼다
채소 과일 다 잘 어울리는
성격이라고 썼다
-「자기 소개」전문
인간은 모두 같고, 모두 다르다. 각자의 개성, 각자의 모양, 각자의 습관이 있다. 각각의 고유성은 그 자체로 완전하고 특별하다. 외양은 모두 다르지만 그 자체로는 어떠한 위계도 차별도 없다. 존재의 평면에서는 모두 동등하고, 각각의 개체들이 서로 기대어 산다. 딸기, 사과, 수박은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름’은‘틀림’이 아니라 차별화된 특성을 말하는 것이고, 다른 존재와 구별되는 장점을 일컫는다. 그 어떤 것으로도 침해당하거나 훼손될 수 없는 특별함이다.
화자는 토마토의 특징을“닝닝밍밍”이라고 표현했다. 딸기, 사과, 수박처럼 특징적인 맛이 없다. 단 것도 쓴 것도 시원한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닝닝밍밍”이다. 얼핏 보면 아무 개성이 없는 채소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 시적 반전이 있다. 다른“채소 과일 다 잘 어울리는”것이 토마토다. 토마토는 당당하고 자기 목소리가 분명하다. 모두와 잘 어울리는 조화와 상생이 토마토의 뛰어난 미덕이고 장점이다. 이러한 특징이 화자가 토마토라는 채소를 통해 독자에게 건네고자 하는 내용이다. 우주 만물은 거대한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양자역학에서도 서로 다른 광자의 상태는 특별한 방식으로 상호 이어져 있다고 말한다. 우주의 원리를 구현한 토마토의 자기소개가 아름다운 교향악처럼 들리는 까닭이다.
-홍일표 시인의 해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