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3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
대학은 어떻게 900년간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았는가?
대학이 위기에 처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전 세계를 덮친 감염병, 점점 더 빨라지는 기술과 산업의 변화, 인구 절벽이 대학의 최후를 묻게 한다. 대학이 마주한 위기는 다중적이고, 총체적이다. 그러나 위기가 처음은 아니다. 900년의 역사 속에서 대학은 여러 차례 위기를 맞이했다. 그럼에도 살아남았다. 저자는 오늘날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지난 역사 속에서, 그 오래된 미래에서 찾자고 말한다. 대학이라는 제도가 처음 등장한 중세부터 미국의 연구 중심 대학이 패권을 쥔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학의 모습과 대학을 둘러싼 힘의 역동이 어떠한지 촘촘히 살핀다.
대학의 이데아를 복수화하기
‘좋은 대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하나의 정답은 없다. 지식인들의 학문·교육 공동체였던 중세 대학, 여러 기관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근세 대학, 국가 체제하에서 운영된 근대 대학, 경쟁 교육과 평등 교육을 넘나드는 현대 대학에 모두 ‘좋은 대학’의 실마리가 있다. 각 시대와 사회의 부름에 응답해 변모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시대별 지배 권력과 지배 이데올로기에 순응하던 대학이 그에 저항하고 타협하며 다음 시대를 열기까지, 그 여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단일한 이데아에서 벗어날 때, 미래 대학에 대한 새로운 상상이 가능해진다.
교육학자의 눈으로 본 세계 대학 평가, 대학 구조조정, BK21 사업과 미래 사회의 대학 지형도
대학의 ‘역사’에 초점을 둔 훌륭한 책은 이미 있다. 신학, 문학, 공학, 사학 전문가들이 다각도에서 대학의 역사를 고찰했다. 하지만 대학 구성원으로서, 대학과 대학 교육을 경험하고 연구하는 이로서, 대학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미래 대학의 청사진을 그리는 일에 관여한 이로서 저자의 역사 해석은 기존 자료와 또 다른 새로운 것이다. 저자는 세계 대학 평가, 대학 구조조정, 대학 재정 지원 사업 등 현재 한국 대학의 현안에 대한 의견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본문과 각주를 넘나들며 더 나은 대학을 위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주장한다. 이에 더해 부록을 통해 한국 대학의 역사를 개괄함으로써 대학 역사를 통시적, 공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