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의 의미를 되짚어 본 전태일문학상 수상작품집
전태일의 노동해방, 인간해방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1988년 제정된 ‘전태일문학상’이 2023년 올해로 31회,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이 18회를 맞았다. 제31회 전태일문학상은 182명이 676편의 시를, 104명이 120편의 소설을, 15명이 15편의 르포를 응모하였고, 제18회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은 124명이 402편의 시를, 105명이 113편의 산문을, 21명이 21편의 독후감을 응모하였다.
시 부문 당선작은 안철수의 「소음 공장」외 3편이다. 「소음 공장」은 “일터의 고된 노동을 활달한 상상력으로 그려 낸 수작”으로, “몸과 통증을 기계와 소음으로 발화하는 그만의 언어가 듬직”하고 “여성 노동자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표현도 참신했다”. 소설 부문 당선작은 조수현의 「개미인력 남쁘로모따」이다. “일용직 노동에 뛰어든 청년 주인공이 인력사무소에서 네팔 청년 남쁘로모따를 만나 스포츠토토를 알려 주면서 비틀어진 욕망이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 주는” 이야기이다. 기존 작품들과 달리 외국인 노동자를 타자화하지 않으며, “한 방에 돈을 벌고 싶은 욕망”과 남쁘로모따가 몰락해 가는 과정을 전해 들은 주인공이 “현실로 걸어 나오는 경험을 하게 한다는 점”이 특히 돋보이는 “‘전태일 정신’에 값하는 작품”이다.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당선작으로 선정된 박도제의 「애완견이 된 감시견」은 “‘노조 혐오’ 정서가 팽배한 지금의 현실에서 노조의 본래 기능, 그리고 노조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표현한” 글이다. 그간 잘 드러나지 않았던 언론계 내부 이야기도 선정 이유의 하나였다.
올해에는 세 가지의 변화가 있었다. 첫째, 제31회 전태일문학상은 생활글 부문과 르포 부문을 통합하여 공모하였고, 둘째, 전태일청소년문학상 독후감 부문 지정 도서를 『전태일평전』(조영래, 아름다운전태일)만이 아니라 『청년 노동자 전태일』(위기철 지음, 안미영 그림, 사계절)과 만화 『태일이 1~5』(박태옥 글, 최호철 그림, 고래가그랬어 편집부 기획, 돌베개),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홍준표 감독, 명필름) 등으로 확장하였다. 셋째는 팬데믹 시대에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던 수상작 심사가 전태일재단 사무실에서 현장 심사로 진행되었다.
전태일의 정신을 담아낸 제18회 전태일청소년문학상
제18회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은 124명이 402편의 시를, 105명이 113편의 산문을, 21명이 21편의 독후감을 응모하였다. 시 부문은 “예심에서부터 양질의 시가 많이 보여 놀란 마음으로 읽어 나”가며, “청소년문학상 심사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은 대회”였다는 전체 평을, 산문 부문은 “한국문학의 주류가 된 장르적 상상력에 기반”한 응모작이 많았고, “아직 제대로 노동을 경험해 보지 않았을 세대가 상상력으로 빚어낸 노동의 풍경은 우리 시대의 어둠을 반영하면서도 작은 희망을 엿보게 해 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전태일청소년학상에서 가장 큰 (기분 좋은) 이변이라면 바로 독후감 부문의 약진”이다. 독후감 부문은 “그대로 따라 읽거나 줄거리를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활이나 주변 사람들의 경험, 참고되는 자료에 대한 적극 해석과 언급 등을 글에 녹여 낸 것이 특징”이라고 평했다.
전태일 53주기에 근로시간이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전태일이 일했던 평화시장의 봉제 노동자들처럼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노동법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태일문학상과 전태일청소년문학상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되길 바란다.
“저희들의 요구는, 1일 15시간의 작업 시간을 1일 10시간~12시간으로 단축해 주십시오. 1개월 휴일 2일을 늘려서 일요일마다 휴일로 쉬기를 원합니다. 건강 진단을 정확하게 하여 주십시오. 시다공의 수당(현재 70원 내지 100원)을 50% 이상 인상하십시오. 절대로 무리한 요구가 아님을 맹세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요구입니다.”(조영래, 『전태일평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