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카르미데스/크리티아스/서간집》 편의 구성과 내용
이 책은 플라톤의 초기 대화편들 중 하나인 《카르미데스》 편, 후기 대화편에 속하는 《크리티아스》 편, 그리고 플라톤의 이름으로 전해온 서신 13편을 묶은 《서간집》을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카르미데스》 편은 ‘절제’ 또는 ‘건전한 마음 상태’가 무엇인지를 다룬 초기 대화편이다. 이 대화편은 “그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하고 묻는 여느 초기 대화편들처럼 그 의미 규정들의 시도들로 끝나지 않고, 앎 자체와 궁극적인 앎의 고찰에까지 논의가 확장된다. 그러나 앎의 앎, 모름의 앎이라는 것은 그 가능성도 유익함도 의심스럽다. ‘그것에 의해서 좋음과 나쁨을 알게’(174b) 하는 지혜라야 우리를 행복하게 그리고 훌륭하게 살게 하는 것이다. 훗날 《국가(정체)》 편에서 확인되는 궁극적 원리, ‘좋음 자체(to agathon auto)’의 모태를 여기서 접하게 된다.
대화편 《크리티아스》는 후기 대화편들 중의 하나로, 미완성으로 남은 것이다. 9천 년 전 지중해 바깥쪽 대양에 있었다는 이른바 ‘아틀란티스 섬’의 소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력하고 번창했던 이 섬나라가 ‘옳지 못한 탐욕과 힘’으로 인해 ‘히브리스(hybris: 오만 방자함)’로 넘치게 되니, 제우스의 뜻에 따라 소멸되기 직전까지의 내용이다. 아테네의 영광스러운 행적과 강성했던 제국 페르시아의 ‘히브리스’에 대한 역사적 징벌의 교훈을 되새기게 하는 상징적인 이야기이면서, 더 나아가 제국화되어간 아테네의 ‘히브리스’에 대한 플라톤의 책망을 읽을 수 있다.
《서간집》은 플라톤의 이름으로 전하는 서신들 13편으로 구성된 묶음이다. 오늘날은 이것들 중에서 〈서한 7〉과 〈서한 8〉만을 플라톤의 진작들로 보고 있다. 둘 중에서도 〈서한 7〉은 나머지 서한들 전체보다도 그 분량이 더 많은 글로, 플라톤 자신의 자전적인 기록과 소회를 담고 있는 것이다. 한때 ‘철인 왕’의 이상을 꿈꾼 플라톤과 이에 적극적으로 동조한 디온, 그리고 그 구현의 당사자일 수도 있었던 시라쿠사이의 참주 디오니시오스와 얽힌 사연에다, 젊은 날 자신의 철학으로의 전향, 철학적 인식과 그 깊은 경지까지, 조심스럽고 자상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 플라톤의 다각적인 면모를 접할 수 있는 귀중한 문헌이다. 〈서한 8〉도 플라톤이 디온의 친척들과 동지들에게 보낸 서신으로, 디온 암살 후 시켈리아에서 벌어진 수구세력과 개혁세력 간의 싸움을 두고 양측의 이해와 통합을 권고하는 조언을 담았다. 그 외 나머지 열한 편의 서신들도 플라톤 전집의 관례에 따라 모두 이 책에 함께 실었다.
각 편은 플라톤의 원전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주석을 단 본문과 함께, 상세한 해제, 내용을 순서에 따라 요약·제시한 목차, 대화편의 대화자들에 대한 소개 등 역주자가 독자를 배려하여 집필한 자료들을 싣고 있으며, 책 뒤에는 참고 문헌과 색인을 수록하였다.
《플라톤의 카르미데스/크리티아스/서간집》 편 출간의 의의
이 책은 서광사에서 출간하는 박종현 교수의 열 권째 플라톤 역주서이다. 박종현 교수는 이번 역주서에서도 한국어 플라톤 역주서의 정본으로 삼을 수 있을 만한 책을 집필하는 데 힘썼다. 헬라스어 원문을 낱말 하나, 문장 하나마다 꼭 알맞은 우리말로 옮겨 그 의미가 명확하게 전해지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며, 상세한 각주를 통해 플라톤이 사용한 핵심 용어들의 의미, 배경, 맥락을 설명하고 그 말이 플라톤의 다른 저술들에서와 그 앞뒤의 철학자들 및 다른 고전 등에서는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도 참조하도록 하였다. 이런 점들은 박종현 교수의 역주서들이 단순한 번역본을 넘어서는 학술적 가치를 지니게 하면서, 연구자들뿐 아니라 어떤 독자라도 플라톤의 철학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