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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손바닥 동시

어린이 손바닥 동시

  • 대덕초 어린이 56명
  • |
  • 브로콜리숲
  • |
  • 2023-11-20 출간
  • |
  • 138페이지
  • |
  • 148 X 210mm
  • |
  • ISBN 9791189847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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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어린이 손바닥 동시』를 엮으며
-대덕초등학교 어린 후배들에게

올해 여름, 대덕초 어린이들이 쓴 손바닥 동시 원고를 처음 받고 기뻐서 어찌할 줄 몰랐지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노트북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던 나는 겨우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에야 여러분이 쓴 시를 볼 수 있었습니다.
2019년 늦가을, 나는 사십여 년 만에 대덕초등학교를 찾았습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동시 강연을 하기 위해서였지요. 제가 손바닥 동시집을 낸 지 일 년만이었습니다. 나의 모교에서 강연을, 그것도 손바닥 동시 강연을 하다니요. 감격한 나머지 나는 그날부터 잠도 잘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두근두근 강연 날짜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대덕초등학교가 모교이지만 졸업은 하지 못하고 3학년 2학기 때 전주로 전학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제가 글을 쓰는 데 그때의 생활이 제게 많은 영향을 끼쳤음은 물론입니다. 그날 강연 시간보다 좀 일찍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그동안 학교가 어떻게 변했는지 먼저 둘러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 학교는 잠시 저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전 먼저 수령이 몇백 년은 되었을 느티나무부터 찾았습니다. 새 둥지 알을 꺼내기 위해 오르던 나무, 운동회 날이면 그늘에 옹기종기 앉아 도시락을 먹던, 묵묵히 아이들의 웃음과 눈물을 받아주던 나무. 하지만 그 나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못내 아쉽고 서운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태풍에 그만 쓰러졌다고 합니다. 모든 게 달라져 있었고 그래서 조금은 낯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 보았던 소나무, 단풍나무, 은행나무 등은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습니다.
그날 나는 미리 준비한 손바닥 동시 한 편을 여러분에게 들려주었습니다. 대덕초등학교 어린 후배들에게 바치는 나만의 선물이었지요.

나무의 집은 하늘과
구름과 별, 그리고
길 잃은 작은 새

-「나무」 전문

이 시는 나의 두 번째 손바닥 동시집 『달팽이가 느린 이유』(창비 2021)에 실려 있습니다. 그날 여러분에게 처음 들려준 「나무」가 씨앗을 퍼뜨려 오늘 이렇게 112편의 어린나무로 돌아온 것만 같아 기쁩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 명의 어린이도 빠짐없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처음엔 모두 글자 수를 맞추느라 힘겨워했지요. 하지만 정형동시만이 가지는 규칙을 익히면서 어디에 말을 놓아야 할지, 적당한 길이의 말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글자 수에 꼭 맞게 늘이고 줄일 수 있는지, 여러분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놀이하듯 재미와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이번 『어린이 손바닥 동시』에 실린 동시 중 몇 편을 소개합니다.

아래로 떨어진다
비가
안 다쳐서 다행이네

-오현승(6학년) 「비」 전문


방학에 신나게 놀아야지
놀고먹다가 내일이 개학
아! 벌써 개학이라니~

-이승기(4학년) 「벌써 개학」 전문


달이 다이어트를 했더니
달의 살이 땅에 떨어져
민들레가 되었다

-김주연(5학년) 「달과 민들레」 전문


사람 엉덩이에
깔렸네
악! 숨이 막혀

-신정운(6학년) 「변기 커버」 전문


학교 운동장에 점이 있다
색이 다른 풀이 보인다
색다른 풀이 점을 만든다

-박수빈(3학년) 「운동장의 점」 전문

달이 땅에 떨어져 된 게 민들레라고 말하는 상상이 돋보이는 시가 있습니다. 떨어진 비가 다치지 않아 다행인 따뜻한 마음을 담은 시도 있습니다. 꾸밈없이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는 “놀고먹다가”에선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변기 커버가 되어보는 시에선 대상을 새롭게 발견하는 천진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연과 가족, 학교생활, 이웃 등 다양한 소재와 개성이 넘치는 시들로 어린이 손바닥 동시집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습니다. 자신만의 ‘점’을 만드는 건 ‘색다른 풀’이란 걸 어린이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모두 “함께하면 아름다운 노래”(우윤서 4학년 「노래」)가 된다는 ‘성숙한 맑음’이 제 마음을 뜨끔, 아프게 했습니다. 이렇게 적나라한 동심이 여러분 시에서 마구마구 빛을 발했습니다.

- 엮은이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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