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송이의 백합에 파묻힌 채,
세이블은 관 안에 누워 있었다.
백합 향기 사이로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입술은 서늘하였고, 서럽도록 달콤했다.
제발,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그를 내게 돌려줘.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이 세상 모든 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싶었다.
여전히 차가운 그의 손을 붙잡고 있던 그때,
마주 대고 있던 입술이 달싹였다.
“비비.”
너무도 듣고 싶었던 목소리.
수많은 밤 동안 내 가슴을 비추었던 빛.
백합에 파묻힌 채 우리는 한없이 입을 맞추고,
할 줄 아는 말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들처럼
사랑 고백을 속삭였다.
“당신을 사랑해요. 세이블리안.”
출판사 리뷰
이르 로맨스 판타지 장편소설.
카카오 페이지 100만의 선택! 밀리언 페이지 작품.
나의 이름은 아비게일 프리드킨.
죽었다가 되살아나 보니, 나는 『백설공주』 동화 속 세계에 들어와 있었다.
원작의 왕비는 모두가 다 알고 있듯, 자신의 의붓딸을 질투하고 온갖 악행을 일삼았다.
하지만 보기만 해도 아까울 정도로 예쁘고 사랑스러운 딸, 블랑슈에게 어찌 사랑을 퍼붓지 않을 수가 있을까!
“우습군요. 부인이 언제부터 그렇게 블랑슈를 아꼈다고?”
망할 남편 놈이 날 자꾸 방해한다!
“저도 블랑슈의 부모입니다. 절 의심한 걸 사과하세요.”
“사과하지 않으면?”
“오늘 밤 전하의 침소로 찾아가겠어요.”
“…….”
“특별히 아주 섹시한 속옷도 준비했답니다.”
나는 싱긋 웃으며 치명타를 날렸다.
“지금 당장 보여드릴까요?”
순식간의 일그러지는 남편의 얼굴이 볼만했다.
나는 보란 듯이 콧대를 세웠다.
한 번씩 이렇게 예고 없이 치고 들어오는 이 남자. 과연, 나의 사랑스러운 딸인 블랑슈와 함께 이곳에서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