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와 그림으로 자연과 인생을 보여 주는 그림책!
겨울에 다 내리지 못한 흰 눈이 폴폴 휘날려 꽃나무 가지 위에 앉습니다. 매화나무, 벚나무, 조팝나무, 이팝나무, 쥐똥나무, 산딸나무…….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 흰 눈은 소복소복 흰 꽃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꽁꽁 얼어붙었던 세상을 녹이며 은밀히 찾아온 봄은, 산과 들에 화사한 꽃 잔치를 벌이며 생동감을 자아냅니다.
공광규 시인은 생명이 움트고 자라는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특유의 시적 감수성으로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흰 눈에서 흰 꽃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아름다운 변화 앞에 우리의 마음도 두근두근 활동을 시작합니다.
독자는 흰 눈의 안내에 따라 자연 곳곳을 살펴보면서 물 흐르듯 이어지는 자연의 순환을 깨우치고, 그 속에서의 삶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과 함께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될 겁니다.
* 인생에서 꽃처럼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시절은 언제일까?
산딸나무, 아까시나무, 찔레나무 위에 차례차례 앉다가 더 앉을 곳이 없는 흰 눈은 할머니가 꽃나무 가지인 줄만 알고 하얗게 성긴 머리 위에 가만가만 앉습니다. 할머니도 역시 꽃과 같은 존재니까요! 세월을 따라 할머니도 어느새 자연을 닮아 자연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할머니의 얼굴이 처음으로 그려지는 마지막 장면은 이 책의 묘미입니다. 사실 할머니는 첫 장면부터 등장하지만, 얼굴은 볼 수 없습니다. 할머니로 완성되는 시적 효과와 여운을 높이기 위해 주리 화가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습니다. 새벽녘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할머니의 하루를 꽃나무와 함께 그림 속에 담되, 부분부분 할머니의 모습을 철저히 감춥니다. 덕분에 할머니 머리 위에서 핀 마지막 하얀 꽃이 그 어떤 꽃보다 화사하고 향기롭게 보입니다.
인생에서 꽃처럼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시절은 언제일까요? 흰 눈이 내린 할머니 머리 뒤로 등불처럼 노란 꽃나무 가지들이 펼쳐집니다. 그 모습을 통해 우리는 세상 풍파에 굴하지 않고 자식들을 키워낸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야말로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꽃임을 알게 됩니다.
* 시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시가 되다!
새벽녘, 아침, 흐린 낮, 비가 내리는 오후, 서서히 저물어가는 하늘, 붉은 노을로 뒤덮인 늦저녁, 빛나는 밤하늘. 하얀 꽃으로 이어지는 흰 눈의 여정을 지루하지 않게 더욱더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주리 화가는 그림 한 장 한 장마다 시간의 흐름을 함께 담아냈습니다.
화가의 붓끝에서 태어난 꽃잎, 나무들은 마치 그 상태 그대로 자연인 듯 살아 있습니다. 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실감 나는 그림은 시인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내 시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시가 됩니다. 더불어 화가가 자연과 사람을 보는 느낌, 생각과 해석까지 풍성히 담겨 있습니다.
놀라울 만큼 사실적이면서도 감성적인 그림은 봄날 특유의 햇빛과 바람과 색깔, 풍경을 실감 나게 표현했기에 자연을 접할 기회가 좀처럼 없는 어린이에게 풍성한 기쁨을 가져다줍니다. 살면서 꼭 만나야 할 정겨운 사람과 소중한 자연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 정서적 안정을 느끼게 해주지요. 덕분에 우리는 계절에 맞게 옷을 갈아입고, 자연과 어울려 사는 우리의 삶을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