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치유와 회복의 방법을 함께 찾아보아요.”
“힘든 환경에서도 잘 살아보려고 애쓰는 마음을 세상이 알아주기 바랐는데, 그렇게 아프고 외로웠군요.” 감정노동전문상담사의 이 한마디에 감정노동자의 얼굴이 밝아진다. “우리, 치유와 회복의 방법을 같이 찾아보아요.”라는 상담사의 말에 감정노동자는 감동과 감사의 눈물을 비치기도 한다. 이 장면은 감정노동상담 현장에서 일어나는 역동이다.
2019년 ‘사람과평화’에서 진행한 감정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전문인력 워크숍에서 감정노동 전문상담사 자격을 갖춘 후, 2020년 감정노동상담을 시작하면서 상담사들은 난감했다. 일반 심리상담을 위한 상담매뉴얼은 많이 있지만 감정노동상담을 할 수 있는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사한 매뉴얼이 있다면 감정노동자 보호매뉴얼 정도였다. 이에 ‘사람과평화’에서는 전문적인 감정노동상담을 위한 ‘상담매뉴얼’을 제작하고 보급하기에 이르렀고, 감정노동 전문상담사가 그 메뉴얼을 상담과정에 적용하면서 상담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이 매뉴얼을 바탕으로 여러 직종의 감정노동자를 상담하면서 ‘감정노동이란 직업상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정해진 감정표현을 연기하는 일을 말한다.’ 라는 개념적 정의를 실감하였다. 고객을 응대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함을 드러내야 하는 서비스직뿐만 아니라 돌봄업무, 민원업무, 인권복지업무를 하는 노동자들과 일반 직장인들에게도 인간관계나 권력관계로 인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음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감정노동자의 욕구에 맞는 전문적인 상담을 하기 위해 ‘사람과평화’ 소속 감정노동 전문상담사들은 ‘감정노동상담연구회’를 발족했다. 이곳에서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스터디와 연구 활동을 꾸준히 지속해 왔다.
이 책은 감정노동상담을 위한 ‘상담매뉴얼’을 바탕으로 상담을 전개하고 감정노동 전문상담사들의 연구와 소통의 자리인 ‘감정노동상담연구회’에서 연구한 약 4천여 건의 상담사례를 정리한 소중한 자료이다.
상담심리학에서는 “상담사례란 상담에 의한 내담자의 호소문제와 상담목표를 기술하고 사용된 이론이나 전략 및 기법을 설명하며 상담과정과 결과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상담사례를 그 기준에 맞출 수가 없었다. 내담자인 감정노동자의 ‘개인정보보호’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례를 일반화시켰으며, 전문적인 용어를 배제하고 읽는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문구를 사용하였다.
2020년부터 시작된 상담사례를 통해, 심한 격무와 스트레스로 주저앉고 싶어 했던 감정노동자들이 상담을 받고 치유되어 고객과 조직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되었고, 그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상담과정을 통한 감정노동 전문상담사 스스로의 변화와 성장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감정노동상담사들의 노고로 만들어진 이 책의 발간으로 글을 읽는 독자들이 바로 이웃에 같이 살아가고 있는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고, 감정노동상담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길라잡이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