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시작하는 동시 여행
박경임 시인은 일상을 거꾸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하여,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들에게 더 넓고 깊은 세계를 보여 준다. 남겨진 감씨는 “감씨 삼 형제”로(「홍시」), “터진 공”은 “날개가 나오는 문”으로(「축구공의 날개돋이」) 새롭게 의미를 부여한다. 사물을 다르게 인식하는 것은 사물 너머의 가능성을 포착하는 것이다. 인식의 세계를 확장하는 만큼, 우리의 세계도 넓어진다. 그렇게 넓어진 세상에서 책장을 하나씩 넘기다 보면, 어느새 동시 여행에 흠뻑 빠져들고 생각이 깊어지는 만큼 성장한다.
숨은 것을 발견해 내는 따스함
박경임 시인의 동시는 처음부터 낮은 곳에 있는 아주 작은 것의 가치를, 그 찬란한 빛을 발견한다. 시인의 시선은 비일상적이면서도 따스하고 포근하다. 자수 뒷면의 무늬는 가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앞 꽃잎 스르르 풀어질까 봐” 단단히 “쥐고” 있는 “색깔 있는 그림자”다(「숨어 사는 그림자」). 그림자는 나의 부산물이 아니라 “짐을 함께 지고 가는 사람”이다(「그림자」). 숨어 있는 존재를 찾아내고, 그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시인은 따뜻한 세상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3부 ‘나의 유리 사람’에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그 사이에 숨겨진 할머니의 모습을 발견하며,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과 할머니에게 주는 사랑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이렇듯 시인은 숨은 것을 발견해 내어 시에 담았다. 숨은 곳을, 그리고 낮은 곳을 향하는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눈을 돌려 숨어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숨어 있는 것을 수면 위로 끌고 와서 새롭게 명명하고 가치를 찾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시인은 그 행위를 기꺼이 해낸다. 숨은 것의 가치를 찾는 것은 우리 사회를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때문에 시인은 우리에게 말한다. “작아도/ 숨어 있어도” “빛이 난다”고(「작은 별」). 그 다정한 마음에 기대어, 빛이 들지 않을 때에도 걸어 나갈 힘을 얻는다.
상상력을 자극하며 열리는 세계
박경임 시인은 정답을 정해 놓지 않은 동시를 제시한다. 때로는 아이들의 상상력이 어른의 것보다 풍부하다. 그렇기에 제약 없는 동시 여행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 주는 촉진제가 된다.
사물의 다양한 역할을 상상해 보고(「보자기」), 드러나지 않은 정체를 추측해 보면서(「이게 뭐지?」, 「나는 누구일까?」) 동시집을 읽다 보면, 책장을 모두 넘기고 나서도 그 앞에 동시의 세계가 열려 있다. 『엄마를 주문하세요』를 읽으며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면, 각자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갖게 될 것이다.
[추천사]
「작은 별」로 출발하는 박경임 시인의 동시는 ‘당연히’를 말하면서 ‘오히려’의 세계에 접속하게끔 독자를 이끈다. 이런 말하기를 통해 모순 형용에 가깝게 존재하는 진리의 역설적 실상이 드러나고, “밤하늘” 빛이 “풀밭”에서 반짝거리는 기적이 일상의 시공간에서 실현되고 있음이 보고된다. 시인은 “개똥벌레 꽁무니에 들어간/ 아주 작은 별”의 목격자라서, 지상의 존재들에 두루 스미고 깃든 천상의 빛을 찾아내 동시 속에 담아 두어야 하는 기록자/보고자로서의 소명을 진다. 이 책은 지상에 숨어든 천상의 빛을 찾아 떠난 한 사람의 동시 여행록이다.
_이안(시인, 《동시마중》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