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모든 감각을 집대성한 아주 특별한
‘감각 개념 사전’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
감각, 감정, 생각 등의 키워드를 통해 인간 종種의 특성을 새롭고도 총체적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자연과학인문서 시리즈, <인간 개념어 사전>. 《인간의 모든 감각》은 그 첫 번째 책으로, ‘감각’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찰한다.
감각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다
인간의 ‘감각’과 관련한 모든 것을 집대성한 아주 특별한 ‘감각 개념 사전’. 이 책 《인간의 모든 감각》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을 바탕으로 감각과 지각과 인식이라는 개념을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감각론의 역사, 동물 감각기관의 진화 과정, 인간 감각 능력의 발달 및 노화 과정, 감각과 밀접하게 관련된 우리의 일상생활을 다채롭게 풀어놓았다.
이 책은 또한 저자가 인간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고 내놓는 결과물의 연장선상에 있기도 하다. 저자는 지금껏 《아름다운 우리 몸 사전》, 《유전자의 비밀지도》와 같은 책에서 인간이라는 주제에 천착해 왔고, 그 결과 2007년 《아름다운 우리 몸 사전》을 통해 해부생리 현상에 대한 과학적 접근으로 인체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도와 의학대중화에 기여하였기에 그 공로를 인정받아 제39회 동아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책을 쓰면서 겸손해질 수 있었다는 저자의 말은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툭툭 끊어지는 영화 화면을 보면서 연속적인 영상이라고 착각하듯이 일상생활 역시 착각의 연속일 수 있다는 것을 알면 내가 믿었던 것이 사실이 아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겸손해집니다. 감각은 태어나서 나이가 들면서 성숙하지만 정점에 달하는 순간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막상 쇠퇴하는 중에도 사람들은 항상 최상에 있던 감각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개달을 때에도 겸손해집니다.”(머리말에서)
키리코, 쇠라, 라벨
- 감각과 예술의 상관관계
키리코의 그림은 몽환적인 화풍으로 초현실주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그는 편두통에 의한 심한 전조 증상에 시달렸다. 과연 그의 그림은 예술적 상상력이 발현한 결과일까, 아니면 그가 본 현실일까? 쇠라는 화면에 색이 다른 점을 찍어서 햇볕을 받은 순간의 풍경과 동일한 느낌을 보여 주고자 했다. 그는 왜 팔레트가 아닌 시신경에서 색을 섞는 작업을 한 것일까? 프랑스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은 음악상실증에 걸렸다. 병에 걸린 뒤에도 예전에 자신이 만든 곡을 연주할 수는 있었지만 음악적 심상은 표현되지 않고 머릿속을 맴돌았다. 입력된 음악과 새롭게 표현하는 음악의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세상에서 뇌까지, 뇌에서 마음까지
- 신경세포의 흥분은 어떻게 감각이 되는가?
보다, 듣다, 냄새 맡다, 맛보다, 느끼다… 이와 같은 감각이 일어나는 과정은 곧 외부의 자극이 전기에너지로 바뀌어 전달되는 과정이다. 순차적인 신경세포의 흥분으로 자극이 뇌까지 전달되면서 ‘지각’이 발생한다. 결국 뇌는 전기에너지를 받아들일 뿐이다. 그렇게 몸은 전기로 말을 하고, 마음은 그 전달사항을 분석?해석한다.
사실 뇌에 표상된 지각은 그 사물과 관련된 어떤 것이지 그 사물 자체는 아니다. 감각-지각 과정을 통해 외부 세상의 정보는 신경계가 다룰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우리의 신경계와 뇌는 우리의 경험을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착각과 허구의 경험이 만들어내는 실재
망막에는 신경세포가 없어서 이미지가 만들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눈을 깜박이는 0.1초의 순간에도 움직이는 대상의 움직임은 끊어져 보이지 않는다. 토막 난 영화 필름은 우리 눈에 연속된 장면으로 보인다. 지극히 정상적인 착각과 환상의 결과다.
그렇게 감각-지각 과정은 감각한 그대로 외부세상을 지각하지 않는다. 또 다시 말하지만 ‘나’의 세상은 나의 신경계와 뇌가 만들어낸 경험.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세상은 실재하는 세상인가, 우리의 뇌가 지각하는 세상인가? 같은 공간에 있는 너와 나의 세상은 동일한가? 또 실재한다고 믿는 세상은 얼마나 허구적인가? 이러한 의문을 가짐으로써 우리가 세상을 지각하는 의식 경험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통섭’, 철학과 과학의 경계에서 지식을 통합하다
- 오래도록 고민한 인식론, 그리고 현대과학의 마지막 개척지, 뇌
《인간의 모든 감각》의 바탕에는 최근 각광받는 뇌 과학이 풀어놓는 감각-지각 과정에 대한 설명이 있다. 감각-지각-인식을 설명하려는 또 한 가지 학문인 인지심리학 역시 이 책에서 다루는 감각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 3장 ‘감각론의 역사’에 들어가면 데모크리토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철학자들이 감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가 인식론에서 발을 뻗어 나와 있다. 신경과학, 심리학, 철학이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틈새를 메우는 자연스러운 통섭이다. 그런가 하면 저자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수도 없이 맞닥뜨리는 신체 증세가 왜, 어떤 경로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의학 지식을 쉽게 풀어내었다. 가령 우리가 늘 겪는 우리 몸의 반응이건만 그 작용 원리에 대해서는 연예인의 사생활만큼도 모르고 있기가 일쑤인 귀울림(이명), 멀미, 현기증, 가려움, 통증 등을 다루면서 학문과 일상생활을 자연스럽게 아우르는 유연함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