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80여 명밖에 안 되는
충남의 작은 시골 중학교
우성중학교입니다.
2017년 충남 봉황중학교 학생시집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시〉를 시작으로
매년 학생들의 시집을 엮어 온 최은숙 선생님.
올해는 충남 공주의 시골 마을에 자리잡은 우성중학교에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쓴 시집을 엮어
〈난 참 잘했어〉라는 시집을 펴냈습니다.
"해마다 학생들의 시집을 엮었지만,
올해 우성중학교의 시 쓰기는 특별했어요.
전교생이 80여 명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여서
모든 학생이 시집에 참여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라고 말하지만
80명의 시를 다 받아내는 것,
특히 시라고는 써볼 기회가 없었을 것 같은 선생님들의 시를 받아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라는 짐작을 해 봅니다.
"마침내 최종원고 파일을 출판사에 보내고 나서
두툼한 원고 뭉치들을 보니
우리 학생들이 이렇게까지 했구나,
새삼 뭉클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시 쓰기는 교과 특성상 시 수업은 국어 시간에 했지만,
시 쓰기 과정은 우성중학교 구성원 모두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 속에 진행되었다고 하는데요.
한 권의 시집을 만들기 위해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하나가 되어
농부의 마음으로 임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시를 쓰고 배우고 고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화도 있었을 법한데요.
선생님들은 가르치고 학생들은 배우는 것이 주된 역할이지만,
이번엔 먼저 시를 쓴 학생들이 길잡이를 맡았다고 합니다.
시를 어떻게 쓰는 거냐고 가르쳐 달라고 하시는 선생님께
1학년 학생들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일단, 선생님의 일상 중에서 시로 쓰고 싶은 것을 찾아보세요.
처음부터 잘 쓰려고 하지 말고
먼저 ‘있었던 일’을 일기처럼 자세히 써 보세요.
그런데 그건 소재예요.
소재와 주제는 달라요.
그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세요.”
전교생의 시 쓰기 활동은 이렇듯
학생은 배우고 선생님은 가르친다는 이 오래된 논리를 무너뜨렸습니다.
오히려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배운 셈이 된 거지요.
이런 것을 교학상장이라고 하나요?
1년 동안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쓴 시집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오철수 선생님이 해설을 써 주셨는데요.
"학생들이 학교 공부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이미 지역 삶의 주체로 서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의 학생 문집에 비하면 매우 진일보한 삶의 서정입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중고등학교에서 아직도
시는 시험을 보기 위해 외워야 하는
조금은 고달픈 공부의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이 시집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살아 있고,
때로는 웃음을 터트리게 하고,
때로는 눈물 나게 하는 시들을 읽으면서
아마도 "시를 저렇게 쓰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쩌면 시를 쓴다는 일이 이토록 아름답고 매력적이라는 것,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아주 특별한 경험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시집의 제목처럼 "난 참 잘했다"라면서
자신을 격려하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워주세요.
삶이 조금 더 즐거워지고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 해설 | 오철수(시인, 문학평론가)
몇 번 청소년 시문집을 읽고 평하는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집은 이전에 읽었던 것들과 크게 다릅니다. 우선 내용 면에서 학생들의 작품집인데도 학교 공부와 관련한 소재보다 지역 사정이 반영된 일과 삶의 소재가 많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학교 공부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이미 지역 삶의 주체로 서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의 학생 문집에 비하면 매우 진일보한 삶의 서정입니다. 형식 면에서도 학생과 선생님들이 함께 작품을 엮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작품만 실었을 때와 달리 학생들을 보는 선생님의 마음도 느낄 수 있었고 그 하모니가 만든 학교 풍경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