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세계의 ‘적’이 돌아왔다,
혐오와 젠트리피케이션에 더해 이번에는 ‘선거’를 무기 삼아서.
도시에는 생명력이 잠재하며, 인구와 문화의 축적으로 일어난 변화가 임계치에 달해 비로소 탄생의 시기가 다가오면 그곳에서 살아가는 누군가가 도시를 수호하는 화신으로 선택된다. 뉴욕의 화신들이 도시의 탄생을 저지하려는 평행세계의 ‘적’과 맞대결하여 승리한 지 3개월 후.
뉴욕 전체를 대표하는 중심 화신 닉을 비롯해 각 자치구의 화신들은 할렘의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하거나 각자의 가족과 지내며 평범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뉴욕은 이제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되었는가? 이전에 벌어진 소동으로 생긴 피해는 아직 복구되지 않았고, 자치구 중 하나인 스태튼아일랜드는 적인 ‘하얀 여자’에게 여전히 포섭된 채 아예 단절된 상태다. 전설과 미디어를 통해 형성되는 이미지와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의지라는 ‘믿음’이 현실과 결합하여 나타나는 존재인 화신들은 돌연 뉴욕을 향해 사람들이 느끼는 ‘혐오’라는 감정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이유를 다음 날 뉴스를 통해 알게 된다. “뉴욕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시장 선거에 출마한 우파 포퓰리스트가 온라인과 현실에서 자극적인 발언을 일삼고 분쟁을 조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배후에 ‘적’의 손길이 미치는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화신들은 어떻게 맞설 것인가?
물론 발 한번 들여놓은 적 없으면서도 뉴욕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한다. 뉴욕에 대한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남들이 동경하며 꺅꺅거리는 데 질려서, 쬐그만공화당마을에 살다가 뉴욕으로 이사 가더니 갑자기 사회주의에 “물든” 사촌 때문에, 속으로는 여기 살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 겁이 나서 등등. 하지만 이제까지 이런 생각들은 꾸준하고 일정했다. 자연에서 나오는 방사선처럼 말이다. 지금 나를 덮친 건 외부인들이 뉴욕에 느끼는 혐오감의 급작스러운 폭발이다._본문에서
현실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소시민적 화신들의 화려한 역전극.
이 시리즈에서 ‘적’의 근원은 나무가 자라듯 파생되는 다중우주의 씨앗 같은 존재인 우르(Ur)라는 ‘최초의 우주’다. 다중우주가 붕괴하는 원인을 닉이 살아가는 ‘표준에서 벗어난’ 세계에 있다고 여긴 우르는 ‘하얀 여자’란 대리자를 통해 오랜 세월 동안 계획적으로 닉의 세계를 장악하려 했다. 국제적인 재단을 설립해 부동산과 자본을 잠식하거나 혐오 시위 세력을 조장하고 심지어는 지나가는 행인을 자극해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식으로. 신적인 존재이지만 현실에서 살아가는 일반 시민이기도 한 뉴욕의 화신들은 『우리가 만드는 세계』에서 ‘업무 적절성’이라는 모호한 사유를 근거로 해고당해 이민국의 단속을 받고, 혐오 시위에 휘말려 가족이 부상을 입거나, 주택 소유권을 둘러싸고 거대 기업과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등 현실적인(그러나 사실은 ‘적’이 조장한) 위기에 직면한다. 그러나 이런 교묘하고도 치명적인 위협에 맞서서 「위대한 도시들」의 인물들은 좌충우돌하다가도 혐오라는 무기에는 연대로, 선거라는 무기에는 선거로서 대응하며 통쾌하고 사납게 저항한다. 영웅적이기보다는 소시민적인 화신들이 뉴욕에서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의 도시들을 일깨워 초월적인 힘에 대항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상상의 한계란 없음을 보여 주듯 독창적인 방식으로 ‘도시’라는 개념에 무한한 생명을 부여한 「위대한 도시들」은 어반 판타지 장르의 백미이자, 작가 자신이 살아가는 뉴욕에 대한 ‘경의’로서 손색이 없는 시리즈이다.
뉴욕은 우르가 두려워하는 모든 것의 정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창의성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고, 단순히 방어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목적을 위해 가차 없이 그리고 치명적으로 발휘할 의향을 지닌 다차원적 독립체다. 더 나쁜 것은 뉴욕처럼 거칠고 사나운 도시가 많다는 것이다. 만일 퀸스의 이론이 옳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도시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_본문에서
■줄거리
뉴욕의 중심 화신 닉과 각 자치구의 화신들이 평행세계의 ‘적’과 맞대결한 지 석 달이 흘렀다. 자치구 중 하나인 스태튼아일랜드 지역이 여전히 다른 화신들과 단절되어 있는 가운데, 시장 선거를 앞두고 다시 불온한 움직임이 뉴욕을 덮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