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서 2023년으로 넘어가던 어느 날, 세 사람이 모였다. 장애를 가진 사람 두 명과 장애를 가져보지 않은 사람 한 명, 그들은 장애를 갖고 살아온 이야기, 장애를 갖고 살며 겪어낸 희로애락을 나누었다. “열 번쯤은 만나야 작은 틈이 생길 것”이란 믿음으로 열 번 만나 서로의 삶을 깊이 나누었다.
장애를 가진 존재로서는 자신의 삶에 다시 한 번 깊이 가닿는 시간이기도 했고, 장애를 가져보지 않은 존재로서는 장애를 가진 존재를 향해 더 가닿는 시간이었다. 한편, 결국 도저히 가닿을 수 없는 지점 또한 존재함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눈에 모이는 명확하고 인위적인 목표를 설정한 건 아니었다. 열 번쯤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 안에서 어떠한 지점에 도달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들은 대화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화를 통해 꿈꾸었던 건, ‘우리들이 우리들만의 게으른 상상력으로 그려오던 장애인이란 존재를, 더 나아가 인간이란 존재를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익숙한 습관처럼 나만의 상상력으로 ‘입체적인 존재를 납작한 존재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열 번쯤은 만나야 틈이 생깁니다〉에는 세 사람이 만나 장애를 이야기하고 작은 틈을 내며 모색한 새로운 길들이 담겨 있다. 그 길은 독자들로 하여금, 장애인이란 존재를 깊이 알아갈 수 있는 ‘맑고 따뜻한 안경’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