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들은 이미 챗GPT를 쓰고 있다. 유튜브에 자료 검색을 하듯, 챗GPT에 방학 과제를 물어본다. 인공지능 분야에 관심이 많은 학생은 스스로 프롬프트를 공부하고 유료 버전 챗GPT를 사용하기도 한다. 교사보다 훨씬 더 많은 것에 대해, 무제한으로 답해주는 이 생성형 인공지능은 아이들 곁에 안착했다. 이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정보를 검색하고 내용을 요약하고 개요를 세우고 글을 쓰는 모든 과정을 해주는 챗GPT의 시대, 국어 교사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챗GPT 국어 수업》은 챗GPT를 교실 현장에 가져올 때 어떤 교육이 가능한지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두려울 정도로 똑똑한 챗GPT라는 파도를 타고, 넘고, 즐기는 법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챗GPT가 다 써주면 국어 시간엔 뭘 하지?
챗GPT가 만든 시를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구나 가볍게 글을 쓸 수 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미디어 리터러시를 챗GPT로 기를 수 있다?
진로 설계와 면접 준비에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두려울 정도로 똑똑한 챗GPT라는 파도를 타고, 넘고, 즐기는 법
생성형 AI를 둘러싼 우려와 기대를 정면으로 다룬 생생한 교실 이야기!
《챗GPT 국어 수업》의 저자는 전국국어교사모임 연수국의 여섯 교사다. 공학, 뇌과학, 트렌드 분석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챗GPT가 교육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던 시기, 교실에서 학생을 직접 만나는 교사들의 지향을 담은 수업을 구상해보자는 목표 아래 모였다. 한 달에 한 번씩 챗GPT 수업을 구상하고 공유하고 재설계했다.
이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글쓰기 시간에 한 줄을 겨우 써냈던 학생은 챗GPT와 함께 글쓰기의 첫발을 뗀다. 고쳐쓰기까지 나아가 자신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찾아내고 언어화해 스스로를 감동시키는 한 편의 완결된 글을 갖게 된다. 성실하지만 학업의 성취도가 높지 않았던 학생은 챗GPT로 대입 면접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빠르게 이해하고 전략적인 답변을 만들어나간다. 챗GPT의 글을 자신의 경험과 연결 지어 다시 쓰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몰라서 꿈꾸지 못했던 새로운 진로를 발견하고 면접을 무사히 치른다.
한용운의 시보다 챗GPT가 쓴 시가 더 좋다던 아이들은, 창작자가 누구인지 알게 된 후 문학의 조건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며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인간의 역량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소설 줄거리를 챗GPT와 함께 재구성해나가며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자기의 의도를 적확한 말로 설명하는 힘을 키운다. 챗GPT를 반박하는 글쓰기를 통해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시각을 확장함으로써 자신의 주장만 관철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난다. 확증편향에 주목하고 가짜 정보를 변별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른다.
수업은 때론 교사의 손을 떠나 흘러간다. 그러나 이 과정은 학습자 주도성이 실현되는 수업의 양상과 챗GPT를 통한 학습자 맞춤 교육의 실제를 보여 준다. 학생들은 열띤 토의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챗GPT를 탐구하며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그토록 경계했던 인공지능이 인간의 얼굴을 비추는 거울임을 깨닫는다.
학생들이 세차게 밀려오는 챗GPT라는 파도 속을 헤치며 나아갈 수 있도록, 저자들은 ‘정확한 질문’을 만드는 다양한 길을 모색했다. 학급 전체가 챗GPT에게 연속적이고 정교한 답변을 받아낼 수 있는 질문을 생성하도록 도와주는 강력한 도구를 발굴했으며, 학생들이 작성한 좋은 질문들의 예는 물론 소설·논술·면접·토의 수업을 할 때 교사가 제시할 수 있는 가이드 질문까지 책에 담았다. 몸으로 부딪치며 겪었던 실수와 실패, 거기서 얻은 깨달음도 가감 없이 소개했다.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에 학교 수업이 담아내야 할 바를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하나의 참조점이 되어 줄 것이다.
“지독한 문과형 인간인 국어 교사들이 최신 기술의 정점인 인공지능 수업에 골몰하기 시작한 이유는, ‘이미’ 챗GPT를 쓰고 있는 많은 학생들이 놀라운 기술에 감탄만 하고 끝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챗GPT가 해준 말을 분석, 해석한 뒤 자신의 생각과 언어로 다시 만들어내는 경험을 아이들에게 쥐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기계에 명령어를 입력해 응답을 받아내는 활동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세계와 존재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일깨우려고 애썼다. 그래야 국어 수업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여겼다.” _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