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탈레반을 몰아내고 주둔한 지 2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한다는 발표를 한 뒤 얼마 후에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했다(2021년). 나라를 지켜야 할 대통령은 탈출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분쟁, 경제 위기, 인권 유린 등 인도적 위기가 심각하다. 이 책은 아프가니스탄을 다룬 문학과 영화를 통해 민족적, 문화적 특징들을 살펴보며, 이 땅에 얽힌 고난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아프가니스탄은 수십 년간 이어진 지난 전쟁으로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무수한 난민이 발생했으며, 인간의 존엄이 위협받고 있다. 저자는 이 땅에 하루빨리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프가니스탄의 굴곡진 현대사와 민족의 비극을 한국 독자들이 다가가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부터 시작된 서방과 이슬람 사이의 오랜 갈등과 전쟁의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한 뒤, 이 책은 1979년 친소 공산 정권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침공하여 수도 카불을 점령한 소련과의 전쟁을 다룬 스베틀라나의 르포 『아연 소년들』, 1989년 아프가니스탄 3234 자르단 고지전의 실화를 다룬 표도르 본다르추크 감독의 영화 〈제9중대〉를 소개한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소설가인 아티크 라히미와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세디그 바르막 감독과 이란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가족들이 제작한 영화 등, 전쟁과 독재정권으로 인해 고통받는 민중들의 모습과 전쟁터에서 희생되는 젊은이들, 이슬람 사회 가부장 체제의 모순과 여성 인권 문제, 종교 집단의 폭력 등 아프가니스탄 사회에 얽힌 다양한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과 연대하고 공감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을 통해 오랜 전쟁과 부족 간 갈등에 휩싸여 있던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한 무지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아프간이라는 국가에 제대로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자신들이 맞닥뜨린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힘겹게 헤쳐온 그들의 역사는, 갈등이 심화되어 가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