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의 인권 문제는
바로 지금, 한국 사회가 돌아봐야 할 주제다
2023년 1월, 유엔인권이사회는 ‘제4차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서 “한국이 그동안 다양한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취약계층 보호를 강화하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많은 진전을 이뤘다”라고 평했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이가 인권 신장을 위해 투쟁하고 희생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른바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말이 오가는 오늘의 한국에서 이제 인권은 모든 영역에서 괄목할 정도로 보장되고 있는 걸까? 정치인을 비롯한 많은 이가 약자와 소수자를 언급하며 그들이 똑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 약자와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과 폭력은 정도만 다를 뿐 오랜 시간 반복되어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현재진행형인 약자·소수자들의 인권 문제 가운데 어린이·청소년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책을 쓴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들은 오랫동안 청소년 인권의 언어와 주장을 알리고, 인권침해 현안에 대응하는 활동을 하며, 청소년 인권에 관한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학생인권, 경쟁교육, 노키즈존, 성교육 문제 같은 사회적으로 이목을 끌었던 일들, 청소년 선거운동 금지, 소년법 폐지, 청소년 자살, 학교 안의 각종 규제, 학생의 휴식권 문제 같은 청소년 인권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이슈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지은이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때로는 알고도 모른 척했던 수많은 편견과 차별, 이른바 ‘어린 것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라는 표현이 상징하는 한국 사회의 인식이 어린이·청소년의 삶을 어떻게 옥죄고 있는지 날카롭게 지적한다. 한국 사회의 어린이·청소년 인권의 현주소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곧 이 책은 청소년 인권 담론을 여러 사람과 보다 폭넓게 공유하기 위한 중요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들은 어린이·청소년 인권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를 이렇게 꼬집는다.
“때로 어떤 사안에 대한 문제 제기나 요구는 아예 논쟁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그저 사소한 일로 치부되면서 사회적으로 토론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청소년을 비롯한 소수자들이 겪는 차별과 폭력을 사회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먼 훗날로 쉽게 미뤄지기도 한다. 그저 몇몇 심각한 학교·시설·현장만의 문제로 바라보거나 ‘운이 없었던 일’이라는 인식 속에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문제가 아닌 개별 사례로 흩어버리는 것이다. 소수자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늘 이런 식으로 반복되어왔다.”
좋은 어른이 많은 세상이 아니라 나쁜 어른을 만나더라도 두렵지 않은 세상, 어린 사람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세상, 어린이·청소년 스스로가 힘을 갖고 차별과 폭력에 맞설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지은이들을 비롯한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들이 추구하는 목표다. 지은이들은 이 책을 읽고 권하는 것도 이 운동에 힘을 보태는 일이라면서 궁극적으로 모든 이의 인권이 차별 없이 보장되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꿈꾼다.
“우리 운동을 통해 누군가의 어린 시절이 행복해질 수 있기를, 나아가 모든 사람이 인생의 어느 시기에서도 인권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