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행복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가?”
행복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당신을 위한 새로운 삶의 법칙
한자어로 행복은 ‘우연히 일어나는(幸) 좋은 일(福)이다. 행복의 영단어 ’happiness’의 어원은 ‘발생하다, 일어나다’라는 의미의 ‘happen’이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행복이란 ‘요행히 생기는 좋은 일’ 정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그 행복한 순간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행복을 한마디로 정의 내리거나 객관적인 지표로 측정하기 어려운 이유이며, 이런 이유로 최근 학계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행복을 연구하면서 ‘행복’이란 단어를 거의 쓰지 않는 추세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는 사람마다 느끼는 조건과 상태가 다른 ‘행복’ 대신 ‘웰빙’을 삶의 목표로 다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웰빙은 말 그대로 ‘잘(well) 존재하는(being)’ 것이다. 내 안의 자원을 최적의 수준으로 활용해 꾸준히 성장함으로써 자기실현을 이루는 삶,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삶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잘 존재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 ‘잘 있으려면(well-being)’ 우선 ‘있어야(being)’ 하는데, 대부분의 한국인은 잘 있는 상태의 웰빙은 고사하고 그저 ‘있는 것’, 즉 내 모습 그대로 존재하는 것조차 잘하지 못한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배워본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채정호 교수는 이에 덧붙여 한국인에게 유독 두드러지는 성취지향적인 특성이 존재하는 삶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눈앞에 닥친 목적과 당장 쟁취해야 할 무엇에 급급하며 살아서는 결코 존재(being)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없고, 그러니 잘 존재하는(well-being) 삶을 살아갈 수도 없다.
채정호 교수는 임상 현장을 비롯해 300여 곳 이상의 기업에서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하며, 이렇듯 성취지향적이고 스트레스 상황에 많이 놓인 한국인에게 특히 필요한 자원이 무엇인지 오랜 시간 연구해왔다. 이 책 《진정한 행복의 7가지 조건》은 논문으로도 발표한 바 있는 연구 결과를 대중적 시각으로 일반인도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새롭게 구성한 것이다. 책에서 제시한 웰빙의 요소, 즉 진정한 행복의 조건을 삶 속에서 하나씩 구현하다 보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행복한 삶, 잘 사는 삶에 가까이 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보통의 삶을 행복한 삶으로 끌어올리려면
행복에 이르게 하는 7가지 삶의 스펙트럼
삶에서 빛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평생 만나온 채정호 교수는 “흔히 어떤 외부적 조건을 갖추면 행복해질 거라 생각들을 하지만 사실 그런 것들은 행복과 큰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을 오랜 시간 지켜보며 그들의 공통적인 특성을 찾아냈다. 그중 확연히 드러나는 특성은 ‘삶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적절하게 변화하지 않는다’, ‘타인 혹은 자신과의 연결성이 약하다’, ‘자신의 강점과 긍정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지혜롭지 못하고 스트레스 상황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한다’, ‘몸에 관심을 두지 않고 생각 속에 산다’, ‘지나치게 현실적인 삶에만 매몰되어 있다’로 요약된다.
이를 토대로 채정호 교수는 특히 한국인에게 꼭 필요한 웰빙의 요소, 즉 행복의 조건으로 수용, 변화, 연결, 강점, 지혜, 몸, 영성이라는 일곱 가지 요소를 도출해냈다. 임상에서 검증해 논문으로 발표한 이 일곱 가지 요소를 그는 ’7가지 삶의 스펙트럼’이라 부른다. 일곱 빛깔의 스펙트럼이 모여 환한 백색광을 이루듯, 이 일곱 요소가 삶에서 잘 작동될 때 진정한 웰빙, 즉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미 임상 현장과 기업을 비롯한 수많은 단체에서 검증된 이 일곱 요소를 일상에서 보다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정리한 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의 7가지 조건》이다. 1장 ‘수용’에서는 행복의 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방법’을 배운다. 2장에서는 남과 비교하여 나은 내가 아닌, 어제와 다른 나를 만들기 위한 ‘변화’를 배우고, 그 구체적인 방법들을 소개한다. 3장에서는 ‘연결’, 즉 인간의 기본 욕구인 ‘관계’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알아본다. 이어 4장 ‘강점’에서는 진정한 강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자신의 강점을 깨닫고 강점대로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배운다. 하지만 강점을 충분히 발현하며 살아도 인생에는 풀기 어려운 난제가 곳곳에 숨어 있게 마련이다. 정답이 없는 어려운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5장 ‘지혜’에서 배운다. 이어 6장과 7장에서는 각각 ‘몸’과 ‘영성’에 대해 알아본다. 삶의 빛을 잃은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것이 바로 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몸의 안정 없이 마음의 평화를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인생을 살다 보면 인간으로서 더 이상 해볼 도리가 없는 일에 부딪친다. 그 한계를 뛰어넘는 능력, 즉 나 자신을 뛰어넘는 능력이 바로 영성이다.
채정호 교수는 이 일곱 요소가 비단 불행한 삶을 보통의 삶으로 이끄는 것뿐 아니라, 궁극의 행복에 이르는 조건이라고 단언한다. 그동안 흔히 알아 온 어떤 외부 조건을 갖춰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웰빙을 위한 이 일곱 가지 자원을 잘 갖추고 활용해야만 진정으로 행복한 삶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어제보다 나아졌다면
완벽의 잣대를 내려놓으면 보이는 것들
“자꾸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멈추는 것부터 배워야 합니다.” 행복해지는 법에 대해 묻는 사람에게 저자가 자주 하는 말이다. 행복 역시 끝없는 노력과 성취에서 온다고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덕에 우리는 끊임 없이 무언가를 가지려(having) 애쓰고, 이를 위해 무엇을 계속 하며(doing) 살아간다. 책에서 저자는 미국의 정신과 의사 데이비드 호킨스의 말을 빌어 우리 삶의 비전은 의식의 진화 단계에 따라 소유(having)-활동(doing)-존재(being)의 차원으로 발전하는데, 특히 한국인은 소유와 활동으로 점철된 삶을 살고 있다고 꼬집는다. 갖기 위해 무언가를 계속 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행복은 노력해 얻으려고 할수록 삶에서 멀어진다고 말한다. 그가 책에서 제시한 7가지 요소를 삶에 구현하려 할 때도 마찬가지다.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마냥, 즐겁게’ 작은 노력들을 멈추지 않고 계속 실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그는 변화를 추구할 때는 ‘최고(best)’가 되려 하지 말고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것(better and better)’을 목표로 살아가라고 조언한다. 변화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뒤집는 혁명이라는 오해, 힘들고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라는 것. 무슨 일이든 즐겁지 않으면 결코 꾸준히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스스로에게 완벽의 잣대를 들이밀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애썼는데 ’아직도‘ 이 모양이구나”며 자책할 것이 아니라 “애는 썼지만 ’아직‘ 더 노력해야 하는구나” 하는 수용의 자세가 모든 요소에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할 일은 모든 것을 완벽히 해내려는 각오나 노력보다는, 설사 완벽하지 않더라도 행복의 요소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삶에서 작동시키는 일이다. 그것 자체로 이미 웰빙, 즉 잘 사는 삶이라고 저자는 말한다.